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과 로맨스 스캠(연애빙자사기), 코인·투자주식 등의 범죄조직에 대포통장을 유통한 일당 48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포통장 유통조직 총책 A씨와 또 다른 조직 총책 B씨 등 26명을 구속송치하고, 2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포통장 명의자를 모집한 뒤, 캄보디아 내 형제단지·태자단지 등에서 활동하는 사기범죄조직에 대포통장 20개를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총책과 국내외 모집책 등 역할을 분담한 다음 SNS를 통해 ‘개인 계좌 1000만~1200만원, 코인 계좌 2000만원, 법인 계좌 2500만원 지급’과 같은 고수익 아르바이트 구인 글을 올려 명의자를 모집한 뒤, 유령법인과 법인계좌를 만들어 국내 피해자들을 상대로 56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모집책이 계좌 명의자를 만나 휴대폰에 (제공할) 계좌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등록(세팅)하도록 한 뒤, 긴급여권으로 캄보디아로 출국시키면, 캄보디아 범죄조직원이 프놈펜 공항으로 마중 나와 통장 명의자를 숙소로 안내했다. 그런 다음 명의자로부터 세팅된 휴대전화와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등을 인수해 즉시 코인·주식투자, 로맨스 스캠, 보이스피싱 등 각종 사기 범행에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캄보디아 내 사기 범죄조직은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 대신 테더코인(미국 달러와 1대 1로 연동된 고정 암호화폐)을 구매해 개인 코인 지갑으로 송금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국내 총책 A씨는 조직원들에게 신체 문신을 강요하고, ‘손가락을 잘라 보이라’고 압박했다. 또 90도 굴신 인사를 하는 등 행동강령을 만들고 , 어길 경우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하는 등 신흥 조직폭력 형태의 체계를 마련해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좌 명의자들은 캄보디아에서 귀국한 이후 “취업 사기를 당해 캄보디아로 출국해 공항에서 곧바로 사기 범죄조직에 납치·감금됐고, 계좌가 연결된 휴대폰까지 뺏겨 사기 범행에 본인 명의 계좌가 이용되었다”고 허위 신고했다.
경찰 수사를 통해 국내외에서 대포통장을 모집하고, 해외 사기 범죄조직과 연계해 피해자들을 속이거나 피해금을 세탁하는 범행 수법이 확인됐다. 특히 급전이 필요한 20대 초·중반 사회 초년생들이 금융계좌 제공 대가로 1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하거나, 심지어 더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직접 추가 계좌를 모집하고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가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캄보디아 취업 사기, 납치, 감금 등에 대한 사건접수 내용을 모니터링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해외 범죄조직에 대포통장 제공 등의 가담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사기조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