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운상가 일대의 재개발을 둘러싼 종묘 경관 훼손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문화유산보호구역 인근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의회의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정부·여당이 연일 세운상가 재개발에 나선 서울시를 몰아붙이는 형국이다. 주무 부처인 국가유산청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동참해 종묘에서 약 180m 떨어진 세운4구역에 고층건물(최고 높이 종로변 101m·청계천변 145m)이 들어설 수 있도록 고도 완화를 추진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맹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오 시장 시정 실패 및 개인 비리 검증’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볼썽사나운 정쟁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이 협의해 58년 된 세운상가의 재개발과 ‘우리나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 종묘의 보전 간 균형점을 찾아야 할 텐데, 입씨름만 벌여서야 되겠는가. 당장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대법원 판결 이튿날인 지난 7일 종묘를 찾아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해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동행한 허민 국유청장에게 “법령의 제·개정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신속히 검토해 보고해 달라”고 했다.
앞서 대법원이 지난 6일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역보지역·서울은 국가지정유산 외곽 경계로부터 100m 이내) 바깥에서의 개발 규제를 삭제한 서울시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고 선고한 것은 이 조례가 없더라도 상위법에 따라 문화유산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역보지역 바깥에는 ‘문화유산 보존영향 검토’ 의무가 부과되지 않지만, 문화유산법 12조는 ‘건설공사로 인해… 문화유산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해 필요한 때에는 그 건설공사의 시행자는 국유청장의 지시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한다. 동법 35조 1항 2호는 ‘어떤 행위가 국가지정문화유산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면 해당 행위를 하려는 자는 국유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이들 조항으로 보면 대법원 판결에도 국유청의 양해 없이는 서울시 계획대로 종묘를 내려다보는 고층빌딩으로 재개발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문체부가 서울시와 대화도 더 안 해 보고 법을 만들어서라도 막겠다고 엄포를 놓을 계제가 결코 아닌 셈이다. 김민석 총리도 제도 보완 착수 운운했는데, 성급한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