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급등을 의미하는 이른바 ‘기후플레이션’은 더 이상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발생한 ‘금사과’ 사태나 올해 여름 한때 포기당 7000원을 돌파한 배추 등 각종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 배경에는 냉해와 폭염 등 이상기온이 자리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 물류 혁신 등 유통 비용 개선과 함께 기후변화라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공급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중장기 시계에서 농산물 생산 안정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수급 불안 품목을 가려내 적정 재배면적을 확보하는 한편 민간과 협력해 생육 관리 강화, 출하 조절 품목 등 공급 불안 상황을 대비해 대응력도 높일 계획이다.
◆‘뉴노멀’된 기후플레이션
1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올해 9월 공개된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는 1~2월 대설·한파, 일조량 부족, 우박(5월), 집중호우(7, 9월), 폭염 및 이상고온(7~9월), 대설(11월) 등 농업재해가 쉬지 않고 발생한 해로 평가됐다.
◆안정적인 생산 기반 구축 총력
이처럼 기후위기에 따른 공급 불안이 가중되면서 정부도 총력전에 나섰다. 농식품부가 올해 9월 중순 발표한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 방안에는 온라인 도매 시장 활성화 등과 함께 가격 급등락의 근본 원인인 생산량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부문 종합 대책도 담겼다.
방안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적정 재배면적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정부·지자체·생산자가 함께 마련한 수급관리계획에 따라 주요 품목 재배면적을 선제적으로 조정·관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주산지협의체 기능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채소가격안정제 참여 농협 중심으로 협의체가 운영됐다면 앞으로 지자체, 자조금 단체, 농촌경제연구소, 농협 등으로 참여 단체가 확대된다. 수급관리계획 이행점검을 위한 광역 단위 수급관리센터도 설치·운영된다. 준고랭지 여름배추 신규 재배적지를 발굴하는 한편 2027년까지 생산단지(18ha) 조성 시범사업도 추진된다. 2030년까지 과수·시설채소 스마트 생산단지(과수 100개소, 시설채소 20개소)를 조성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농업 관측을 고도화해 농업인의 안정적인 생산 지원도 뒷받침한다. 내년 하반기 농림위성을 발사하고, 드론촬영 자료 활용을 확대하는 등 예측 모형을 고도화해 주요 작물의 생산량 등을 예측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기상정보를 활용해 마늘의 단수 예측모형을 만들고,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배추 가격예측 모형을 개발하는 식이다.
농식품부는 공급 불안이 커질 때를 대비해 맞춤형 대책도 마련했다. 현재 사과·배 정도인 출하 조절 품목을 노지채소로 확대하고, 시설 확충 및 계약재배 일정 물량 수매비축 사전 계약 등을 통해 비축 역량을 제고하기로 했다. 수급불안 시기에는 도매시장(가락시장 등)에 직접 출하 물량을 늘리고, 김치업체 등 가공업체 원료 공급용(사전계약) 물량 등을 활용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아울러 봄배추 저장 연장 기술을 실증하는 등 비축 확대 역량도 제고할 계획이다.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 역할도 확대된다. APC 역할을 산지 작업반 구성 등 농작업 대행까지 확대해 농촌 인력 부족에 대응하는 한편 생산부터 유통까지 일관 출하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농식품부는 전했다.
이와 함께 생산자 조직화와 같은 산지 유통 경쟁력 강화 방안도 추진된다. 통합조직에 전속 출하하는 기초생산자 조직을 2030년까지 3000개소 이상으로 늘리고, 영농 지도·신품종 보급 등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아울러 기초생산자 조직과 통합조직 간 계열화 강화를 위해 출하계약을 신설하고, 계약재배 손실 보전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산지 조직화 기반도 강화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계약재배 확대 등을 위한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방안도 조만간 마련해 농협의 기능·역할도 재정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