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초겨울로 흐르는 이즈음에는 신대철 시인의 시 ‘강물이 될 때까지’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흐린 강물이 흐른다면 흐린 강물이 되어 건너야 하리”라는 구절과 같이 산양을 만나러 가는 산길에 암벽이 있으면 그 암벽을 타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인 산양(Naemorhedus caudatus)은 한반도의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살아가는 대표적인 초식동물이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노련한 움직임으로 가파른 암벽 위를 자유롭게 오르내리는데, 호랑이나 표범 같은 맹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절벽과 바위가 발달한 험준한 지형에 적응해 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양은 강원도와 경북의 깊은 산, 민통선이나 DMZ 지역처럼 사람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 발견된다. 그런 만큼 야생에서 산양을 실제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전술한 바처럼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눈 덮인 겨울철 먹이를 찾아 잠시 산 아래로 내려오더라도 귀소성이 강해 다시 본래 그들 삶의 터전이었던 산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을 ‘숲속의 은둔자’라 칭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