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그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저쪽에서는 지우려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참 스스로 많이 부대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전 정권이 기소해 놨던 게 전부 다 현 정권 문제가 돼버리니까 현재 검찰이 저쪽 요구사항을 받아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정권 차원의 외압을 시사하는 발언이어서 충격적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만 하고 항소 포기를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건으로 노 대행과 통화한 법무부 이진수 차관은 “이것은 사전조율이고 수사지휘권 행사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어느 한편은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형사사법 기관의 두 수장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노 대행 발언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법무부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카드나 검사의 보완수사권 보장 약속 등을 무기로 노 대행을 항소 포기로 몰아갔다는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을 놓고 수사지휘권 행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검찰총장 대행을 움직였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지휘권자인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대행에게 ‘신중한 판단’을 주문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깡패 두목이나 행동대장들이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수법”이라고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