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인 내란 재판 1심의 선고가 내년 2월 이뤄질 전망이다. 올 1월 말 기소된 이후 약 1년 만의 1심 선고다. 내란 특검이 기소한 체포방해 혐의 재판은 전직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들을 연이어 소환하는 등 재판이 한창이다. 10일 내란 특검이 ‘평양 무인기 투입’ 의혹 관련 일반이적죄를 적용해 기소한 재판은 12월 초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피고인 윤석열’인 세 번째 사건의 재판이 막을 올리는 것이다.
나머지 두 특검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달 말 수사 기한이 종료되는 채해병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며 막바지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건희 특검도 26일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첫 조사할 계획이다. 추후 채해병·김건희 특검이 각각 윤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긴다면,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인 재판은 5개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내란 재판, 내년 1월12일 결심 전망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13일 재판 말미에 “내년 1월 7·9·12일을 추가 기일로 지정하고, 14·15일을 예비 기일로 잡아두겠다”며 “(내년 1월)12일 재판을 종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변론을 종결하고 검찰이 구형하는 결심공판 날짜를 내년 1월12일로 염두에 뒀다는 의미다.
판결문 작성에 한 달가량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 2월 1심 판결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장인 지 부장판사는 내년 2월 중순 법관 정기 인사이동 대상인 만큼, 그 전에 선고를 마칠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내란 혐의 재판을 올 12월 마무리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다 지난 10일 재판에서 1월 초 종결을 목표로 하겠다고 계획을 변경했고 13일 재판에 구체적인 종결 기일을 언급한 것이다. 또 내란 재판이 지연된다는 지적을 감안해 법원 동계 휴정기인 다음달 12월29일부터 내년 1월9일에도 재판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내란 혐의 재판은 윤 전 대통령 측이 부동의한 증거가 많아 다수의 증인을 법정으로 불러 신문을 진행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 측이 수사기관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것을 부동의할 경우, 해당 진술을 한 원진술자를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해 증언해야 진술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재판에선 12·3 비상계엄 관련 핵심 증인들이 연이어 출석했다. 13일 재판에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10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3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이 증인석에 앉아 윤 전 대통령과 대면했다. 곽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틀에 걸쳐 진행됐고, 홍 전 차장도 20일 한 차례 더 소환돼 증언할 예정이다.
지난 7월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에 의해 재구속된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로 내란 혐의 재판에 16회 연속 불출석했으나, 지난달 30일 곽 전 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하자 넉 달 만에 재판에 출석했다. 이후부터는 재판에 다시 출석하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문짝을 부수고서라도 국회 안으로 들어가 인원들을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며 앞서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한 증언을 유지했다.
◆9월 시작 ‘체포방해’ 재판…경호처 관계자들 증인 소환
지난 7월21일 내란 특검의 기소로 시작된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에서 심리 중이다. 올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할 때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이를 저지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혐의의 핵심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9월26일 정식 재판이 시작된 뒤 이날까지 총 8차례 재판이 열렸다. 공수처 체포 시도 당시 대통령 관저에 근무하던 전직 경호처 관계자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소환됐다.
이날 8차 공판에선 공수처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이후인 1월11일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 간부들과 식사 도중 “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순찰해라. 티비에 나와도 괜찮다. 여기는 미사일도 있다. 공수처가 들어오면 부숴버려라”고 했다는 전 대통령경호처 경호5부장의 증언이 나왔다.
이에 앞서 김대경 전 경호처 지원본부장은 지난달 10일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공포탄을 쏘면 된다고 말하고, 증거 인멸을 위해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 전 사령관 등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내역 삭제를 지시한 사실도 증언했다.
◆‘일반이적죄’ 재판, 12월1일 첫 준비기일
내란 특검의 추가 기소한 ‘평양 무인기 의혹’ 사건(일반이적·직권남용 혐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정엽) 심리로 12월1일 시작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 전 사령관도 함께 재판 받는다.
윤 전 대통령 등이 북한을 군사 도발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지난해 10월경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를 투입했다는 혐의다.
당초 형법상 외환죄 중 외환유치 혐의 적용이 거론됐으나, 특검팀은 적국과의 ‘통모’가 요건인 외환유치 혐의 대신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일반이적 혐의는 통모와 관계 없이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제공한 경우 성립한다. 무인기가 평양에 추락하며 작전·전력 등 군사 기밀이 유출됐으므로 일반이적죄가 성립한다는 게 특검팀의 주장이다.
◆채해병·김건희 특검도 尹 조사…재판 5개로 늘어날 듯
윤 전 대통령은 채해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두 특검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 제기를 진행할 경우, 현재 3개인 재판은 5개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故) 채수근 해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11일 윤 전 대통령을 특검 사무실로 소환해 9시간가량 첫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채해병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으로, 직권남용 및 범인도피 등 혐의를 받는다.
채해병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채해병 사건 초동 수사 결과를 보고 받고 격노한 뒤 수사를 진행한 해병대 수사단과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외압을 가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토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 호주 대사로 임명해 도피시키려 했다는 혐의도 있다.
채해병 특검은 16일 윤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찾아 한 차례 더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이르면 다음 주 이 전 장관 등 수사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들과 함께 기소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팀은 26일 윤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2022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대가로 같은 해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 의창 선거구에 출마할 수 있도록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김형근 특검보는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 소환 관련해 아직 공식적으로 변호인을 통해 의사가 전달된 바 없어 예정된 일자에 출석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