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향후 이 사건 민·형사소송 재판부가 피고인인 민간 개발업자들의 배임 규모를 어떻게 판단할 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배임 액수를 얼마로 보느냐에 따라 범죄수익 환수 규모와 손해배상액 산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심 판결이 나오기 전 검찰 1·2차 수사팀이 배임 규모를 달리 판단한 전례가 있는 만큼, 항소심에서 검찰이 어떤 판단을 할 지도 관심사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때인 2021년 9월 꾸려진 대장동 사건 1차 수사팀은 민간업자들의 배임 액수를 651억원 이상으로 봤다. 1차 수사팀은 2021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업자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이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에 ‘651억원+α’의 손해를 끼쳤다고 적시했다. 수사팀은 민간업자들이 공사의 확정이익 산정 기준이 되는 택지 예상분양가를 평당 15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의도적으로 축소해 공사의 이익이 최소 651억원 줄었다고 판단했다.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5개 블록의 분양이익도 민간업자들의 부당이익으로 산정, 액수 미상의 이익인 ‘+α’를 배임액에 더했다.
반면 윤석열정부 출범 후 꾸려진 대장동 2차 수사팀은 배임 규모가 이보다 훨씬 많은 4895억원이라고 봤다. 2차 수사팀은 대장동 사업의 총이익이 택지분양 배당금(5917억원)에 아파트 분양수익 3690억원까지 총 9607억원에 달한다고 판단, 이를 기준으로 배임 액수를 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공사가 받을 것으로 기대된 금액은 70%에 해당하는 6725억원으로 추산되고, 이미 배당받은 1830억원을 제외한 액수가 민간업자들의 배임 규모라는 것이다.
2차 수사팀은 아울러 민간업자들이 공무상 비밀을 활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고 보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전체 수익 합계 7886억원을 범죄수익으로 판단했고, 그 대부분인 7815억원을 추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공사가 마땅히 확보했어야 할 배당 비율을 2차 수사팀이 책정한 70%가 아닌 50%라고 봤다. 이에 따라 택지분양 배당금 5917억원의 50%인 2958억원을 공사가 배당받았어야 했다고 보고, 이 중에서 실제 배당받은 1830억원을 뺀 1128억원만 공사의 배임 피해 금액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2차 수사팀이 추가 기소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하면서 특경법상 배임 피해 규모는 산정이 안 됐고 배임만 인정되면서 추징액 산출 기반이 크게 축소됐다.
재판부는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유동규·정민용씨 3명에 대해서만 473억원 추징을 명령했다. 이들의 뇌물액 또는 뇌물 약속액이다. 다른 대장동 일당 중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 대해서는 한푼도 추징하지 않았다. 공사의 최종 피해액을 추산할 순 있지만, 범죄 발생 시점의 배임 피해액을 정확히 산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높은 형과 추징은 할 수 없게 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재판부 나름대로 배임액 판단 기준을 새로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형사소송 재판부의 배임액 판단 기준은 공사가 피해액을 환수하고자 대장동 민간업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액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소송 제기 1년이 다 되도록 변론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인 데다 업무상 배임과 관련한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재판은 절차 진행이 중단된 상태이고, 수사 전문가인 검찰이 밝히지 못한 피해 규모를 소수의 민사소송 변호사들이 확정짓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