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석사·박사도 줄줄이 백수”…6개월 넘게 실업 11만9000명 ‘최악의 경고등’ 왜?

고학력 청년 3만5000명 ‘장기 백수’…“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의 경고음”

고학력 청년층의 장기 실업이 다시 증가하며 한국 청년 노동시장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청년 ‘쉬었음’은 줄었는데 장기 실업은 늘었다는 건, 일을 안 하는 게 아닌 할 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

특히 4년제 대학교 이상의 학력을 지닌 20~30대 장기 실업자가 1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경기 문제를 넘어 산업·교육 구조 전반에 균열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6개월 넘게 구직하는 장기 실업자 11만9000명…4년 만의 ‘최다’

 

17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6개월 이상 구직 활동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지난달 기준 11만9000명에 달했다.

 

이는 2021년 10월(12만8000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이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0만 명 아래로 내려갔던 수치가 다시 급등한 것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전체 실업자(65만8000명) 중 장기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8.1%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는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외환위기 충격이 이어지던 1999년 10월보다도 높은 기록이다.

 

◆고학력 청년층, ‘장기 실업’ 급증 견인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 고학력 20·30대 장기 실업자는 3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특히 연령대별로는 25~29세에서 1만9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학사·석사·박사’를 포함한 고학력자가 장기 실업자로 머무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구직활동 자체를 멈춘 ‘쉬었음’ 청년층은 오히려 1년 새 9000명 감소해 40만9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을 안 하려는 청년이 줄어든 반면 일을 하려고 해도 못 찾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대학 졸업장, 더 이상 안전판 아니다”…산업·교육·고용 전반의 구조적 균열

 

전문가들은 이번 증가세의 원인을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구조적 요인으로 진단한다.

 

이들은 한국의 산업 구조 변화 속도가 교육·인력양성 시스템보다 훨씬 빠른 데다, 청년들의 희망 직무와 노동시장의 실제 수요 사이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학력 청년층의 장기 실업 증가는 단순한 경기 둔화의 문제가 아닌 국내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와 대학 교육·진로가 맞지 않는 구조적 미스매치의 결과다.

 

학력은 높아지는데 적합한 일자리는 충분히 늘지 않았다는 신호다.

 

장기 실업자 비중이 통계 작성 이래 최고라는 것은 청년 노동시장이 정상궤도를 벗었다는 의미다. 지속되면 임금 정체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이 크다.

 

◆“청년이 일을 안 찾는 게 아닌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

 

노동시장 전문가는 “청년 ‘쉬었음’이 줄었는데 장기 실업은 늘었다는 것은, 청년이 일을 안 찾는 것이 아닌 ‘할 만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단순 취업 알선보다 직무 기반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4년제 이상 고학력자의 장기 실업 증가는 기존 전공이 산업 수요와 맞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며 “디지털·AI·신기술 기반 실무 교육으로의 전환 없이는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졸 이상 청년 장기 실업 증가 자체가 대학 교육이 산업 현장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라며 “산학협력 확대, 수요 기반 교육과정 개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학력 청년일수록 취업 준비 과정이 길고 복잡하다.

 

고학력 20~30대 3만5000명이 장기 실업 상태라는 것은 대학 졸업장이 더 이상 안전판이 아니라는 뜻이다. 게티이미지

대학 단계에서 조기 진로 설계, 실무형 인턴십 확대 등 시스템 개선이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장기 실업 증가를 청년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 적극적으로 구직해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 “장기 실업은 심리적 고립 초래… 정책적 개입 필요”

 

장기 실업은 자기효능감 저하와 사회적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상담, 커리어 코칭 등 사회적 보호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청년 장기 실업 증가는 노동시장의 경보음이다. 직무 맞춤형 재교육·기업 인센티브·지역 일자리 활성화 등 다층적 정책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채용 유지·확대 지원이, 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 전환에 맞춘 인력 양성 체계 개편이 필수라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쉬었음’은 줄었는데 장기 실업은 늘었다는 건, 일을 안 하는 게 아닌 할 만한 일자리가 없는 것”이라며 “이건 경기순환 문제가 아니다. 구조 문제이며, 대책 없으면 ‘뉴 노멀’이 된다”고 설명했다.

 

고학력 20~30대 3만5000명이 장기 실업 상태라는 것은 대학 졸업장이 더 이상 안전판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