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재정 부담이 증가하자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세금 인상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내년 1월부터 부가가치세(VAT)의 세율을 20%에서 22%로 인상할 계획이다. 해당 조치는 연방 예산에 약 1조루블(약 18조원)의 추가 세수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된다.
세금 인상은 부가가치세에만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 재무부는 술·담배 등에 대한 세금 인상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고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해서도 별도 과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 코메르산트는 전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과세 기준도 대폭 강화된다. 현행 연 매출 6000만루블(약 10억8000만원) 이상에 적용되던 VAT 징수 의무 기준이 2028년까지 1000만루블(약 1억8000만원)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된다. 이에 따르면 기존 면세 대상이었던 편의점·미용실 업종까지 납세 범위에 포함된다.
증세 조치는 전쟁 장기화로 지출이 확대된 러시아 재정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경제는 2023~2024년 고강도 군비 지출과 내수 진작으로 4%이상 성장했으나, 올해 성장률은 1%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8%에 달하는 러시아는 16.5%의 고금리로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외부 차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방의 금융 제재로 국제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막혀 있으며, 중앙은행 역시 물가 안정을 이유로 추가 국채 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정부는 결국 증세를 통한 내수 조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은 전년 대비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일부 정체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공개된 핀란드 중앙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6년 예산안 초안에서 국방·보안 부문 지출 규모를 지난해와 동일한 총지출 대비 20% 수준으로 동결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약 6%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군수산업 생산능력의 한계와 외부 부품 수급 문제, 고정금리로 인한 비용 부담 등이 지출 둔화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쟁 초반 군수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기 부양 효과를 누렸던 러시아는 이제 세금과 소비자 부담을 통해 전쟁 비용을 유지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