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가 여야 어디에도 정치적 호재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높은 정당 지지율이 무색하게 국민 절반 가까이는 항소 포기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이탈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항소 포기를 지렛대 삼아 대여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는데도 당 지지율이 무당층을 밑도는 처지다.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양당은 일단 화력전으로 밀고 나갈 태세이지만 전략·전술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각 당 내부에서 나온다.
◆“자꾸 설명하면 野에 말려들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장동 문제는 당이 자꾸 설명하면 반대급부로 국민의힘 논리가 확대된다”고 밝혔다.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은 법원이 했고 항소 포기는 검찰의 ‘자체 판단’인데, 왜 당 지도부가 나서서 항소 포기의 정당성을 일일이 언급함으로써 외압의 실체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자초하냐는 취지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의 근거 없는 딴지에 명확·간결한 답변만 해야지 말려들지 말자”고 했다. 당 차원 대응에 대한 첫 내부 비판이다.
◆거듭된 장외전에 무력감 확산
국민의힘은 항소 포기 사태 관련 국회 국정조사를 관철한 뒤 탄핵 공세로 확장하겠다는 목표이지만, 의석수 열세 속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채 여론에만 기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전을 이어갔다. 장동혁 대표는 “항소 포기로 국민의 7800억이 날아갔는데 대장동 일당은 뻔뻔하게 추징 보전됐던 재산을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대통령이라는 뒷배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11∼12일, 14일에도 장외 여론전에 나섰지만 민심은 반응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24%)이 무당층(27%)보다 낮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당내에서 “더 효과적인 투쟁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장 대표는 19일 4선 이상 당내 중진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조언을 구할 계획이다.
각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활용,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발표한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