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고를 낸 운전자들은 ‘급발진’, ‘브레이크 문제’ 등을 주장하지만 최근 발생한 사고의 경우 오조작으로 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런 오조작을 방지하는 장치는 시범 설치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고를 판별하는 블랙박스는 이미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해 힘껏 밟아도 급가속이 되지 않도록 해준다.
시속 0~15㎞ 미만일 때 엔진 최대 출력의 80% 이상으로 가속 페달이 밟히면 힘을 전달하지 않는다.
시속 15㎞ 이상으로 달릴 때는 4500rpm 이상 혹은 시속 140㎞를 넘어서면 가속이 되지 않는다.
이 장치는 거의 모든 차종에 설치할 수 있으며 설치에 걸리는 시간도 15~20분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런 장치가 아직 시험단계란 점이다.
반면 일본은 상용화됐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22년 장치의 신차 탑재율은 90%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 등을 파악해 오는 2029년부터 신차에 단계적으로 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기존 차량까지 고려하면 전면 장착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늦장 도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장치 도입이 늦어지는 사이 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전날 서울 양천구에서 출근 시간대 승용차 4대와 사다리차 1대, 다른 버스 1대를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버스기사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경찰은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3일 경기 부천 제일시장에서는 1t 트럭이 인도로 돌진해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트럭 운전자는 페달 오조작을 시인했는데, 블랙박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런가 하면 18일에도 70대 노인이 몰던 차량이 인도를 덮쳐 3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119 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피해 여성의 2살 딸도 다리 부위를 크게 다쳐 치료 중이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사고 역시 페달 오조작으로 보고 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9년부터 2024년 6월까지 발생한 자사 자동차보험 가입 차량의 자동차 사고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페달 오조작 사고는 매월 160건 이상 발생했다. 연평균 2000건을 웃도는 수치다.
이런 사고는 대부분 고령 운전자에게서 나타나는데, 오조작은 운전 경력을 떠나 ‘인지 능력’의 저하가 원인 중 하나다.
운전은 감각, 인지, 신체 기능이 총동원되는 활동인데 노화가 진행되면서 이들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수십 년간 택시를 운전했다고 해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란 얘기다.
이에 정부는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 반납을 권고하고 있지만 지난해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률은 단 2% 초반에 그친다. 2023년도 유사한 수치다.
안전장치 도입까지 시간이 걸리는 가운데 고령화는 심화하는 지금 앞으로도 고령 운전자의 오조작 사고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이 개발한 장치가 팔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제품 개발도 미진하다. 이에 다양한 제품 개발로 의무화 전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