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이민자 급증으로 인한 재정 부담이 악화하면서 유럽 전역에 반(反)이민 기조가 확산하고 있다. 경기 성장 둔화 속 국민 불만이 이민정책으로 향하자 각국 정부가 표심을 의식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샤바나 마무드 영국 내무장관은 하원에서 ‘질서와 통제 회복’이라는 제목의 이민 및 망명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망명 자격 강화와 신속한 퇴거 조치다. 난민은 망명이 허용된 뒤에도 2년 6개월마다 자격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며, 본국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돌아가야 한다. 영주권 신청 자격은 현재 5년에서 훨씬 늘어난 20년 뒤부터 주어진다. 망명이 거부된 사람은 반복적으로 이의 제기를 할 수 없고, 미성년 자녀가 있더라도 퇴거에 응해야 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성명에서 “늘어나는 분쟁 속에 전 세계에서 이동이 늘고 있다”며 “우리 망명 체계는 이에 대비되지 않았고, 점점 더 우리 사회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정부도 이달 초 난민 추방·송환 의지를 확인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 3일 시리아 출신 난민들을 두고 “시리아 내전이 끝났다”면서 “독일에 망명할 이유가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송환을 시작할 수 있다. 거부하면 추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또 체류허가를 받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게 “이민을 포기하면 가족 수에 따라 최대 수천 유로(수백만원)를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독일은 지난 5월 취임한 메르츠 총리가 이민 강경책을 내세우며 난민 귀국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이민·통합법 통과 후 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을 늘리고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도 난민·이민자들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는 추세다.
이민 억제 정책은 전통적으로 우파 정부의 기조였지만, 최근에는 여론의 압박 속에 좌파·중도 정권까지 진영을 막론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달 초 발간한 ‘국제이주전망’ 보고서에서 “2022∼2023년 기록적 수준으로 난민·이주민이 증가한 뒤 유럽이 엄격한 이민 관리에 나섰다”면서 “특히 선거 이후의 정치 환경 변화가 각국의 이민정책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