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후 형성하는 연애·우정·가족 관계의 안정성은 부모보다 어린 시절의 ‘또래 관계’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네소타대·미주리대 공동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미국심리학회가 발행하는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을 통해 공개했다.
연구는 1990년대 초부터 진행한 종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연구진은 생후 초기부터 성장 과정 내내 관찰된 1364명의 아동과 가족의 상호작용 기록을 분석하고, 이 가운데 성인이 된 705명을 26~31세 시점에서 다시 조사했다. 유아기와 아동기 동안 부모와의 상호작용, 또래 관계의 질, 사회적 유능성, 감정적 지지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성인기의 연인·친구·가족 관계에서 나타나는 애착 특성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성인기의 안정적 애착 형성에 가장 강하게 작용한 요인은 어린 시절 친구 관계의 질이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맺은 건강한 유대는 성인이 된 후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으로 확장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유년기에 형성된 우정이 30대의 연애와 우정 관계까지 이어지는 정서적 기반을 만든다”며 “또래와의 상호작용은 신뢰·협력·갈등 조절 같은 핵심 대인 기술을 현실적으로 연습하게 하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에서 처음 우정을 쌓는 시기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이후의 애착 모델을 형성하는 중요한 사회적 훈련의 단계”라고 강조했다.
친구 관계보다는 약하지만 부모와의 관계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머니의 민감한 양육 태도는 성인 애착 불안과 회피 성향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아동기의 어머니-자녀 상호작용이 클수록 성인기의 전반적인 관계 만족도도 높았다.
반면 아버지의 초기 상호작용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작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아버지의 초기 영향이 낮다는 결과는 기존 애착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 패턴”이라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문화적 배경, 사회경제적 변화 등 외적 변수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한계는 있다고 전제했다. 이 때문에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며, 청소년기 관계 경험이 성인기 애착에 미치는 영향도 추가로 검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