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편향’ 종전안 우크라에 전달…백악관 “양측 모두에 좋은 계획”

미국과 러시아와 비밀 협상을 통해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 평화안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미국 측으로부터 이 계획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 내용이 담긴 평화안이 수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붕괴된 우크라이나 서부 테르노필의 아파트 건물 잔해 속에서 20일(현지시간) 구조요원들이 사망자의 시신을 발견해 옮기고 있다.  테르노필=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 “초안 접수”…백악관 “양측 모두에 좋을 것”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20일(현지시간)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계획안 초안을 접수했다”며 “이는 외교적 노력을 재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전 협상을 위해 이날 댄 드리스컬 육군장관이 이끄는 협상단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드리스컬 장관이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평화안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성명에서 “드리스컬 장관과 회동에서 진정한 평화달성 방안, 작업 단계와 대화 형식, 외교적 추진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며 “우크라이나와 미국 양측은 전쟁 종식을 위한 계획의 세부 사항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미국의 계획안 초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앞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구상안에는 러시아 측 요구를 일방적으로 반영한 조항이 대거 포함됐다. 

 

해당 계획에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와 남부 일부 지역의 영토를 포기하고, 군대를 절반으로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의 공식 언어로 인정하고 러시아 정교회의 우크라이나 지부에 공식 지위를 부여하도록 요구한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는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방 언론들은 우크라이나가 영토 보존을 최우선으로 천명해온 만큼 협상이 진전을 이루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마련한 평화안이 “양측 모두 수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몇몇 우크라이나 측 인사와 지난 주에 만나 바로 이 계획을 논의했다”면서 “해당 구상이 진행 중이고 유동적이어서 세부 사항을 논쟁할 수 없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에 좋은 계획이며 양측이 수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서부군단의 한 지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 AP연합뉴스

◆군복 입은 푸틴…지휘소 방문해 격려 

 

종전 협상을 위한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은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주의 주요 도시 쿠피안스크를 장악했다 밝혔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군복을 입고 러시아군 서부군의 지휘소 중 한 곳을 직접 방문해 군 간부들과 회의하며 이에 대해 보고 받았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서부군 부대들이 쿠피안스크시를 해방했고, 오스콜(오스킬)강 좌안에 포위된 우크라이나군 부대들을 계속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부군 사령관 세르게이 쿠조블레프도 “러시아군이 쿠피안스크시 해방을 완료했다”며 이 도시가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서부군 지휘소 중 한 곳을 방문해 콘스티안티니우카, 크라마토르스크, 쿠피안스크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쿠피안스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개시 직후 러시아군에 점령당했다가 그해 9월 우크라이나군에 수복된 도시다. 최근 수 개월간 러시아는 쿠피안스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왔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의 요충지인 포크로우스크의 70%, 하르키우주의 보우찬스크의 80%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군이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와 자포리자에 있는 마을 각각 6곳, 7곳 등 총 13곳을 장악했으며, 계획에 따라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주를 해방하기 위한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 자체의 과제와 목표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를 무조건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은 전날 오전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공습으로 서부 테르노필시와 주변에서만 어린이 3명 포함 25명이 숨지고 최소 7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