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툭하면 외국에 나간다’는 따가운 시선에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했다. 영국 총리실인 다우닝가 10번지는 “국익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참여하는 G20 정상회의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22, 23일 이틀 일정으로 열린다.
20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스타머는 남아공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리가 외국에서 ‘영국 기업들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것의 장점을 거듭 강조했다. 스타머는 특히 남아공 철도 산업에 영국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의 계약 체결이 예정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영국 국민의 생활비를 낮추고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려면 G20 파트너 국가들의 투자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국 총리실도 스타머를 거들었다. 다우닝가 10번지는 “아프리카는 주민 절반이 20세 미만이고 오는 2050년이면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아프리카에 거주하고 있을 것”이라며 “영국 기업들에게 아프리카는 다른 대륙과는 비교도 안 되는 미래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총리가 펴는 정상 외교가 영국의 장기적 국익에 커다란 보탬이 된다는 점을 애써 홍보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불참을 선언한 뒤 영국 언론에선 ‘미국 대통령도 없는 G20 자리에 영국 총리가 꼭 있어야 하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됐다. 애초 트럼프를 대신해 JD 밴스 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 불발에 그치며 회의론은 더욱 확산했다. 영국에게 가장 중요한 대미(對美) 관계를 논의할 기회가 없다면 그것은 관광이나 즐기는 외유(外遊) 아니냐는 지적인 셈이다.
요즘 영국에선 G20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도 회원국으로 참여 중인 G20이 분열을 겪으며 국제 정치 및 경제 관련 현안에 통일된 목소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머는 이달 초 브라질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도 참석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트럼프는 COP30 역시 보이콧했고, 영국 언론이 기대했던 스타머와 트럼프의 양자 회담은 당연히 불발했다.
2024년 7월 취임한 스타머는 지난 17개월 동안 41회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이번 남아공 G20 정상회의 참석은 취임 후 42번째 해외 출장에 해당한다. 스타머에게 비판적인 일부 언론은 그에게 ‘부재 중인 키어’(never here Keir)란 별명을 붙였다. 하도 외유를 많이 다녀 국내에선 통 볼 수가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