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모의’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전자발찌 훼손 후 체포…도주 시도 정황

쿠데타 모의 등 죄로 27년3개월 형을 선고받고 자택연금 중이던 자이르 보우소나루(70) 브라질 전 대통령(2019∼2022년 재임)이 브라질 경찰에 체포됐다. 

 

쿠데타 시도 등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대법원의 명령으로 가택 연금에 처해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AP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경찰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징역형 집행 개시를 하루 앞두고 가택연금 중인 그를 체포해 수도 브라질리아의 경찰청 본청으로 호송했다.

 

뉴욕타임스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가택연금 중인 자택 앞에서 다음날 ‘철야 기도’(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그의 안전과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선제적 조치를 한 것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경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도주 우려도 체포 배경으로 작용했다. NYT가 입수한 대법원의 체포 명령 결정문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착용한 전자 발찌가 전날 자정 직후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집회로 인한 혼란을 틈타 그가 도주할 의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호기심에 전자 발찌를 훼손하려고 했으며, 그 과정에서 납땜인두를 사용했다”고 보안 담당관에 증언했다고 전했다.

 

앞서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 9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무장범죄단체 조직·중상해·문화재 훼손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27년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는 2022년 10월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현 대통령이 당선되자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폭동을 선동하고 군부 쿠데타를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룰라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됐다면서, 룰라 취임 1주일 후인 2023년 1월8일 브라질리아에서 대규모 폭동을 일으키고 주요 정부기관 청사들에 난입해 파괴행위를 저지른 바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룰라 정권이 자신을 정치적으로 박해하고 있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그의 변호인단은 형 집행을 앞두고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교도소 수감 대신 가택연금 형 집행을 청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9월 대법원 선고와는 별개 혐의 재판과 관련해 지난 8월 이후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마녀사냥’으로 규정하면서 지난 7월 브라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50%로 인상했다. 다만, 지난주 농산물에 대해선 40% 추가 관세 적용을 면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