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계의 금산분리 완화 요구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면서 “한쪽에서 일종의 ‘민원성 논의’가 주를 이루는 것 같아 상당히 불만”이라고 밝혔다. 최근 재계를 중심으로 금산분리 완화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규제당국자가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셈이다.
주 위원장은 지난 21일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제조업은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본업에 투자하는 데 있어서 과연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한 것인가는 우리 사회가 다같이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금산분리 자체가 아니라 첨단전략산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라며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금산분리 완화가 도움이 된다면 고려할 수는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0일 인공지능(AI) 경쟁을 위한 대규모 투자 필요성을 언급하며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고, 이게 안 된다면 금산분리라도 해소되면 우리가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 위원장은 “매년 주력 기업이 투자에 필요한 금액을 조달하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정부가 도와줄 수는 있다”며 “전략산업기금 등 도움이 될 다양한 채널이 있고 그중 하나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이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