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니코틴을 포함한 액상형 전자담배를 법적으로 ‘담배’로 묶어 규제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재심의를 앞두고 있다. 해당 법안이 10년 넘게 국회에 계류되다가 최근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전자담배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할 전기가 마련되는 듯했지만, 법사위에서 ‘소상공인 보호’ 등을 이유로 다시 제동이 걸린 상태다.
그사이 법 바깥에 있던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는 광고·판매·세금 등 각종 규제를 비켜 가며 청소년에게 가장 손쉬운 니코틴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다. 흡연 청소년 중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률은 2020년 25.5%에서 지난해 35.5%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성장기 청소년의 뇌와 폐, 심혈관계는 니코틴과 초미세입자, 각종 향료에 특히 취약하지만 전자담배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사실상 가장 손쉽게 접근 가능한 니코틴 공급원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인 김열 대한금연학회 회장은 2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상황은 청소년을 니코틴 중독의 물결 한가운데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번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의 청소년 대상 마케팅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가 생긴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ㅡ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ㅡ청소년을 대상으로 ‘담배가 아니다’, ‘해로운 성분이 적다’는 식의 마케팅이 성행한다.
“업계는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는 담배가 아니다’, ‘해로운 성분이 훨씬 적다’고 홍보하며 청소년을 겨냥해 왔지만 일부 제품은 니코틴 농도 표시가 부정확하거나 실제 농도가 표시보다 훨씬 높다는 보도들이 나온다. WHO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런 제품들이 성인 흡연자의 금연보조제로사용되기보다, 비흡연 청소년을 새로운 니코틴 소비자로 만드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현재 담배사업법은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만 담배로 규정하고 있어, 합성 니코틴으로 만든 액상형 전자담배는 성분·농도 공개 의무나 청소년 대상 광고·판매 금지 같은 기본적인 장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유럽연합(EU)·호주 등은 니코틴의 출처와 관계없이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가향·마케팅·온라인 판매를 강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ㅡ진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청소년 흡연 실태는.
“흡연 청소년의 연령이 더 어려지고 사용 시작 시점도 빨라졌다. 중학생, 심지어 초등 고학년이 ‘친구가 줘서 호기심에 피우다 끊지 못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생기고, 전자담배를 쓰면서도 자신을 흡연자로 여기지 않는 청소년이 많다. 천식 악화, 만성 기침, 흉통, 운동 시 호흡곤란으로 내원해 문진을 해보면 고농도 전자담배를 오래 사용해 온 경우가 적지 않다. 불안·우울, 수면장애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청소년 가운데 상습적인 전자담배 사용자가 많다는 보고도 늘고 있다.”
ㅡ10년 동안 계류되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마지막 문턱에서 다시 가로막혔다.
“국가가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은 국민 건강, 그중에서도 청소년 건강이다. 건강에 유해한 물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 보호를 이유로 청소년을 규제 사각지대에 두어서는 안 된다. 일반 담배에 세금을 부과하고 경고그림을 붙이며 판매를 규제하는 것이 당연한 국가 역할로 자리 잡았듯,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도 같은 규제 틀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국회가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명확히 규정하길 바란다. 학교 금연교육 역시 단순히 ‘담배는 나쁘다’를 넘어 전자담배의 니코틴 중독성, 담배회사의 마케팅, 뇌 발달 영향, 게이트웨이 문제를 핵심 교육 내용으로 다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