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는 건 기업이 자사주를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사용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재계는 3차 상업 개정안에 대해 “한국 경제의 체력을 약화시키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자사주 마법’ 퇴출시킬 것”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그간 자사주가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되는 나쁜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자사주의 마법’을 우리 자본시장에서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마법은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해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행위를 가리킨다. 민주당은 그동안 기업이 자사주 취득을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라며 소각하지 않거나, 지배력 강화를 이유로 대표이사의 특수관계인에게 처분하며 시장을 우롱해 왔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민주당이 통과시킨 1·2차 상법 개정안에 이어 3차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경영권 방어가 더 어려워진다고 우려한다. 한국은 자사주 외에 이렇다 할 경영권 방어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자사주는 단순히 주가 부양·주주 환원 수단을 넘어 ‘경영권 방패’ 기능을 해온 측면이 있다. 실례로 SK는 2003년 영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의 공격을 받자 자사주 10.41%를 우호세력인 하나은행·신한은행 등에 매각해 경영권을 방어했다. 상법상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어 대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내 편’에게 권리를 넘긴 것이다.
재계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시 경영권 방어 수단도 동시에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유다. 기존 주주가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새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포이즌 필’과 특정 주주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보유 주식의 금액·수량과 상관없이 주주총회 중요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등이다.
3차 상법 개정이 석유화학·철강 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는 인수합병 대가 지급 등 기업의 경영활동 수단으로 활용될 때가 많은데, 소각이 의무화되면 주요 산업 분야의 구조조정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각 의무화 대신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처럼 자율에 맡기되 기업 스스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위 위원인 김남근 의원은 “자사주 주요 목적은 경영권 방어가 아니고, 주주 환원 정책”이라며 “경영권 방어는 재계와 간담회 할 때 의무 공개 매수 제도 등 재계가 요구하는 것들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한 입법들로 후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