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위치입니다”… 부고장·청첩장 문자 사기로 120억원 빼돌린 일당

경찰, 스미싱 조직 총책 등 13명 검거
“지인 문자라도 링크 접속 말고 전화 확인해야”

‘조○○ 자식 11월10일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한 길 가고자 합니다. 식장: ***.kr/2qXFvkW’

 

‘어젯밤 23시 아버지께서 급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장 위치입니다: <h***.gl/zAmkK>’

 

‘<민원24>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잘못 과태료 고지: hin.***.site/ZKUS’

이렇게 청첩장·부고장·과태료 고지서로 꾸민 문자메시지를 보내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는 스미싱(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사기) 수법으로 120억원 상당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국내 최대 규모 스미싱 조직의 국내 총책인 중국 국적 A씨 등 4명을 구속, 다른 9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중국 상하이에 거점을 두고 범행을 지시한 해외 총책 2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했다.

 

이들은 2023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피해자 1000여명으로부터 약 12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악성 앱 설치 링크를 포함한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자가 앱을 설치하면 휴대전화 권한을 탈취해 피해자 명의 유심을 부정 개통했다. 이후 휴대전화 본인인증, 신분증 위조 등 본인인증 수단을 차례로 확보한 뒤 피해자의 금융계좌와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에 침입해 자금을 이체시키는 식이었다.

 

일당은 수도권의 한 아울렛 주차장 내 주차된 차량에서 신분증 위조, 공기계 유심 장착 후 금융기관 앱 침입 등 범행을 하다가 현장에 들이닥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피해자 명의 휴대전화와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해 수도권 아울렛 주차장에서 범행이 이뤄진단 사실을 확인해 잠복하고 있던 터였다. 

이번에 검거된 A씨는 스미싱 범행을 위해 중국에서 국내로 파견된 인물이란 게 경찰 측 설명이다. A씨는 입국 직후 중국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을 모아 1년7개월간 범행을 주도했단 것이다. 

 

경찰은 피해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이 80%를 넘는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계좌를 탈취당한 피해자 중 50대가 39%, 60대 32%, 70대 이상 11%로 모두 82%를 차지했다. 휴대전화 개통 피해를 당한 인원 중에는 50대가 34%, 60대 36%, 70대 이상 16%로 모두 86% 수준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기기 보안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이 다수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A씨 등 일당이 범행에 이용한 스미싱 문자메시지.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은 피의자 진술과 계좌 침입 과정 분석 등을 통해 본인인증 체계의 제도적 취약점을 확인해 통신사 2곳과 금융기관 2곳에 범행수법 등을 공유하고 보안 강화 후속조치가 이뤄지도록 했다고 전했다.

 

일반인 입장에서 범행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인의 청첩장, 부고장 등이라도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URL 링크는 절대 접속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식 앱스토어를 통해 검증된 앱만 설치해야 한다”며 “지인의 문자메시지라도 전화를 통해 먼저 확인하는 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