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의 요건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운영개선소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명백한 반민주 폭거이자 국회를 장악하려는 ‘절차 독재’ 시도”라고 반발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운영개선소위에서 필리버스터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했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이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국회법 제106조의2(무제한 토론의 실시 등)에 따라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국회에서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본회의 정족수인 재적 의원 5분의 1(60명) 이상이 본회의장에 없으면 국회의장이 회의 중지를 선포할 수 있도록 했다. 의장이 지정하는 경우 특정 의원에게 본회의 진행 권한을 맡길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겼다.
운영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필리버스터는 국회가 다수당인 민주당의 의원총회로 변질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마지막이자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며 “야당의 마지막 합법적 저항 수단마저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 의원은 “국회 개의 요건인 의사정족수를 회의 진행 요건으로 강화해 마음대로 토론을 끊고, 아무 때나 표결을 강행할 수 있는 일방적 입법 체계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의회 민주주의 근본 원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헌적 시도이며 입법 독재를 위한 절차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을 숨기기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거부, 야당의 필리버스터 권한을 무력화하는 봉쇄 입법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토론을 거부하고 절차를 장악하는 순간, 국회는 국민의 국회가 아니라 이재명 정권의 놀이터가 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연내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검토 중인 개정안은 일정 수 이상의 의원이 실제로 출석해 토론을 듣고, 책임 있게 토론을 이어가도록 최소한의 요건을 세우자는 것”이라며 “의견 개진의 권리는 지키되, 책임 없이 시간만 끄는 악용은 막자는 상식적인 제도 개선”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민생을 인질로 정쟁용 필리버스터를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