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관람했다. 연극은 올봄에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스페인 예술가 안헬리카 리델의 공연을 본 이후로 처음이었다. 자해 퍼포먼스로부터 시작하는 이 공연은 여러 나라에서 공연됐는데 다른 나라 관객도, 한국 관객 중에도 피를 보는 것이 힘들어 퇴장한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나는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나 궁금해, 꾹 참고 끝까지 공연을 지켜보았다. 강렬한 정서와 에너지 때문이었는지 한동안은 연극 볼 생각을 하지 않다가 지인의 초대로 우연히 다시 극장에 가게 된 것이었다.
예전의 학전 소극장 건물과 동숭아트센터였던 건물을 지나 음식점 건물 지하에 있는 아주 작은 소극장에서 열리는 학생 동아리 발표 연극이었다. 오후에 일이 많기도 했고 배가 고프기도 해서 인근 마트에 들러 감자 칩을 하나 사들고는 매표소 앞에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사실 연극에는 큰 기대가 없었고 연극 끝나고 뭘 먹을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기도 했다.
그런데 연극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나트륨이 많이 든 감자칩을 먹어서인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연극은 소설이나 영화처럼 같은 걸 반복해서 읽고 보는 형식이라기보다는 그 날, 그 무대, 그 배우가 전달하는 모든 걸 그 자리에서 받아들이는 현전 예술의 방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본 이 무대와 배우들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고 머리 한 쪽을 꽝 때리며 남기는 질문이 있었다. 게다가 기획에서부터 공연, 배우와 관객까지 거의 다 20대 학생들이어서 무척이나 신선했다.
이제 좀 더 자주 연극을 보러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오래 전 썼던 단편소설의 무대였던 ‘낙산공원’ 쪽을 돌아 늦은 밤까지 대학로를 산책했다. 대학로가 90년대 후반의 대학로와는 많이 다르다고 느껴서인지, 그렇고 그런 흔한 소비의 장소가 아니라 좀 더 많은 공연과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예술을 경험할 문제제기의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