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발생한 고층 아파트단지 화재로 최소 65명이 숨졌고 수백 명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다. 1948년 176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 창고 화재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52분쯤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에서 불이 났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6시 브리핑에서 “불이 난 7개 동 건물의 불길이 대부분 통제됐다”고 발표했다. 약 10시간 만에 4개동의 불길이 대부분 잡혔으나 나머지 3개 동은 24시간 넘게 진화 작업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소방관 1명을 포함해 65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앞서 270여명이 실종상태라고 밝혔으나 이후 브리핑에서 실종자에 대한 추가 언급은 하지 않았다. 소재 파악이 되지 않은 인원이 많아 인명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불이 난 단지는 1983년 입주를 시작한 노후 공공 아파트단지로 총 32층 8개 동으로 이뤄졌으며 2000가구에 4800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40년 넘은 건물은 대규모 보수를 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공사 중이었다. 현지 매체들은 “주민들이 공사 작업자들의 흡연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했다”면서 담뱃불 등 불씨 관리 소홀로 인한 실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사를 위해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작업자 이동을 위해 설치하는 간이 구조물)와 안전망은 화재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시 이들에 불이 번지며 대형 불기둥이 치솟았다. 중국은 화재에 취약하고 내구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금속 비계로 전환했지만, 홍콩에서는 여전히 대나무 비계가 주로 사용된다.
비계 위에 덮인 안전망은 화재방지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건물 외벽에 붙은 발포 스티로폼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홍콩 경찰은 이날 공사업체 책임자인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SCMP는 체포된 이들에 대해 “규정에 맞지 않는 자재를 사용하고 창문을 스티로폼으로 봉인했다”며 “이러한 고인화성 물질이 비극을 촉발해 불길이 급속히 확산했다”고 보도했다.
피해 아파트가 홍콩 특유의 밀집형 건축물이어서 불이 옆동으로 쉽게 옮겨붙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 상당수가 고령인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다. 2021년 홍콩 인구 조사에 따르면 이 단지 주민의 36.6%가 65세 이상이었다.
주민들은 현지 언론에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대피한 한 주민은 AFP통신에 “단지 전체가 보수 공사 중이어서 주민 대부분이 창문을 닫아뒀고, 그래서 화재 경보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우리 국민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