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굶주린 누이의 일곱 조카를 위해 빵 한 덩어리를 훔치다 붙잡혀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복역 중 4차례 탈옥 시도에 형기는 19년으로 늘었다. 중년 나이에 출소 후 잠시 의탁한 성당의 은 식기를 가지고 나오다 경찰에 체포된다. 훔친 물건이 아니라며 은촛대마저 내어주는 미리엘 신부의 자애로 풀려나자 새사람으로 태어나 우여곡절의 인생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선행을 베풀다 숨을 거둔다. 기구한 운명의 출발이 빵 한 덩어리이었다는 점에서 자비, 관용의 중요함을 보여준다.
‘초코파이 절도 사건’의 주인공, ‘한국판 장발장’이 항소심(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물류회사 보안업체 직원인 한국의 장발장은 지난해 1월 사무실 냉장고에서 450원짜리 초코파이와 600원어치 과자·커스터드를 꺼내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섰다. 한국의 장발장은 검찰이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정식재판을 청구해 유무죄를 다퉜다. 1심 재판부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탄식하면서도 벌금 5만원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1심 판결을 수용하면 경비업법상 유죄 전력이 남아 직장을 잃게 된 장발장은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