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일 공개한 ‘갤럭시 Z 트라이폴드’(이하 트라이폴드)는 단순히 두 번 접히는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스마트폰에선 반비례 관계로 여겨졌던 휴대성과 대화면 경험을 동시에 충족하는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이자 앞으로 스마트폰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예고편과도 같았다.
삼성전자는 이날 서울 삼성 강남에서 3단 폴더블 스마트폰인 트라이폴드를 선보였다. 지난 10월28일 경주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선 유리관 안에 트라이폴드를 전시했지만, 이날은 직접 제품을 만지고 사용할 수 있었다.
트라이폴드의 첫인상은 묵직했다. 직전 폴더블폰인 갤럭시 Z 폴드7(215g)보다 약 44% 무겁고, 최초의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276g)보다도 33g 무거운 309g에 달해서다.
그러나 두께는 혁신이었다. 두 번 접는 폰임에도 한 번 접는 폴드5(13.4㎜)보다 얇은 12.9㎜를 구현해냈다. 펼쳤을 땐 가장 얇은 부분이 3.9㎜로 역대 갤럭시 Z 폴드 시리즈 중 가장 슬림했다.
‘인폴딩’ 방식도 차별화된 강점으로 꼽힌다. 인폴딩은 화면 안쪽을 모두 안으로 접는 구조다. 지난해 출시된 세계 최초 두 번 접는 스마트폰인 중국의 화웨이 ‘메이트 XT’는 인폴딩과 아웃폴딩이 혼합돼 알파벳 ‘Z’자 모양으로 접히는 구조인데, 트라이폴드는 알파벳 ‘G’모양으로 접혀 메인 디스플레이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다. 폰을 바닥에 떨어뜨려도 메인 디스플레이에 기스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폰을 모두 펼쳤을 때 균형감도 인상적이었다. 화면이 크면 기기를 한 손으로 쥘 때 한쪽으로 무게가 쏠려 불편하기 마련인데, 트라이폴드폰은 각 디스플레이 패널의 무게를 균일하게 분산시켜서 좌우 어느 쪽을 잡아도 안정적이었다. 트라이폴드는 접었을 땐 6.5인치 디스플레이의 바 타입 스마트폰, 펼치면 10인치의 대화면 태블릿으로 변신했다. 폴더블폰의 최대 약점인 화면 주름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개선돼 태블릿과 차이가 없었다.
트라이폴드의 대화면으론 스마트폰 3대를 동시에 쓰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10인치 대화면을 삼분할해 일반 바 타입 스마트폰 화면 세 개를 동시에 한 화면에 띄울 수 있어서다. 왼쪽엔 지도 앱, 가운데에 검색 브라우저, 오른쪽에 생성형 AI 챗봇을 켜고 여행 계획을 짤 수 있다. 특히 게임을 할 때 바 타입이나 한번 접는 폴더블폰과는 차원이 다른 몰입감이 느껴졌다.
트라이폴드의 핵심 특징인 ‘손안의 대화면’은 향후 스마트폰을 넘어 모바일 기기 시장을 주도할 키워드다. 특히 인공지능(AI)폰 시대엔 대화면이 가지는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단순히 유튜브, 넷플릭스 콘텐츠를 큰 화면으로 보는 것을 넘어 화면이 AI의 출력을 담는 그릇이라서다. 스마트폰이 AI를 업고 똑똑해질수록 사용자에게 전달하려는 정보의 양과 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때 AI는 텍스트와 함께 △이미지 △지도 △그래프 △아웃링크 등을 복합적으로 제시하게 된다. 해당 정보를 ‘한눈에’ 효율적으로 파악하려면 화면이 클수록 유리하다.
트라이폴드는 배터리 용량도 폴드7(4400㎃h) 대비 27% 늘어난 5600㎃h로 역대 폴더블 시리즈 중 가장 크다. 다만 화면이 커진 만큼 전력소모도 늘면서 사용시간은 폴드7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이폴드이 풀어야 할 숙제는 ‘S펜’과 가격이다. 대화면의 경험을 배가하려먼 S펜 등 필기도구가 필요한데, 이번 트라이폴드에선 S펜이 빠졌다. 웬만한 고급 대형 가전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359만400원이라는 출고가도 대중화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라이폴드는 12일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중국, 대만,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국내에선 9일부터 전국 20개 매장에 제품 체험공간이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