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권과 시민사회, 학계 등에서는 개헌 논의의 필요성이 꾸준히 분출됐다. 현행 헌법 체제에서 대통령을 충분히 견제하지 못한다는 인식과 함께 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에도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심화하는 만큼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질하는 분권형 개헌으로 통합을 이끌어 내자는 취지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계엄 직후 본격화된 개헌 논의는 지난 6월 조기 대선 이후 다소 주춤해졌다. 혼란한 정국 수습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개최, 한·미 관세협상 등 시급한 현안에 개헌론이 밀려나긴 했지만, 계엄 사태 1년을 맞는 현시점부터 지방선거 있는 내년 6월까지가 개헌 성사의 중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힘 받는 4년 연임·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양원제도 대안
시민사회 관련 단체에서는 4년 연임·중임제 외에 대통령 권한을 대폭 내려놓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요구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외교·통일·국방 등 외치를 맡고, 국무총리가 경제·사회 등 내치를 맡는 방식으로, 프랑스와 핀란드 등 유럽권 국가들에서 채택하고 있는 권력 형태다. 국민 직선으로 선출된 대통령과 의회의 신임을 바탕으로 한 총리가 권력을 분산하고 서로 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양당제가 공고한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제와 별개로 양원제 도입론도 소환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과 단원제 국회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가 국정마비를 일으켰던 만큼 두 개의 의회(상원·하원)를 통해 입법 과정에서 민주주의 절차를 강화하고, 대통령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직 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와 지방자치 관련 단체·학회 등이 최근 토론회에서 지방분권과 양원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개헌 공식 의제로 부각하고 있다.
개헌 성사를 위한 걸림돌도 적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해선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논의가 시급하지만, 아직 닻도 올리지 못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달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개헌은 이제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며 “개헌특별위원회 구성도 조만간 할 수 있는 시기가 분명히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법 개정도 선행돼야 한다. 2014년 7월 헌법재판소는 국내 거소 신고가 된 재외국민만 투표인 명부에 올릴 수 있도록 한 국민투표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국회가 법 개정을 하지 않아 효력이 상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