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급감하는 출산율에 대응하기 위해 30여년 만에 콘돔과 피임약 등 피임 관련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최근 부가가치세법을 개정, 그동안 면세 품목이던 피임기구와 피임약에 대해 내년 1월부터 13%의 부가가치세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993년 엄격한 한 자녀 정책 아래 피임을 적극 장려하며 면세 혜택을 유지해온 기조에서 방향을 크게 튼 것이다. 반대로 보육·유아교육, 노인 요양, 장애인 복지, 결혼 관련 서비스 등은 면세 대상으로 새롭게 포함되며 출산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강화됐다.
3년 연속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중국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954만명으로 1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는 현금 보조, 출산·육아휴직 확대 등의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높은 양육비가 젊은 층의 출산 기피에 일조하고 있다. 유와인구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아이를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53만8000위안(약 1억1000만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콘돔에 대한 세금 부과가 출산율을 직접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지만, 출산을 장려하고 낙태율을 줄이려는 정부 의지가 담긴 상징적 조치라고 해석한다.
다만 공중보건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에서는 HIV·AIDS 감염이 2002년 인구 10만명당 0.37건에서 2021년 8.41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안전한 성관계가 중요한 상황에서 콘돔 가격 상승이 감염 예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콘돔 살 돈도 부담스러운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을 리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부정적이다. 양육비·주거비 부담, 불안정한 경제 상황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출산 장려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