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의 한 분야로 화용론이라는 게 있다. 이 분야는 말의 의미를 문맥 속에서 이해하려는 분야이다. 따라서 화용론은 말하는 사람인 ‘나’, 듣는 사람인 ‘너’, 그리고 말에서 언급되는 사람인 ‘그/그녀’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나’가 ‘너’를 포함하거나, ‘나’와 같은 부류에 속하는 사람을 포함하면 ‘우리’가 된다. 이 1인칭 복수 대명사는 거의 모든 언어에 존재한다. 하지만 그 사용은 민족과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중국어의 1인칭 대명사로는 ‘워’와 ‘워먼’이 있다. ‘워(我)’는 ‘나’라는 1인칭 단수 대명사이고, ‘워먼(我?)’은 ‘우리’라는 1인칭 복수 대명사이다. 그런데 중국인은 자기 엄마를 가리킬 때 ‘워마마(w? m?ma)’, 즉 ‘나의 엄마’라고 하지, ‘워먼마마(w?men m?ma)’, 즉 ‘우리 엄마’라고 하지 않는다. 반면에, 자기 학교를 가리킬 때는 ‘워먼 쉬에샤오(w?men xuexiao)’, 즉 ‘우리 학교’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이 중국인에게 우리의 ‘우리’에 대해 뭔가는 말해주어야 할 것 같다. 이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대개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한국 사회 특유의 공동체적 또는 집단주의적 정서 때문에 ‘우리’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둘째, ‘나’를 내세우지 않으려는 예의 관습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이 두 가지 설명은 학문적으로 좀 더 심도 있게 논의해 보아야 할 것들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인은 ‘우리’라는 단어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이것이 중국인에게는 불쾌하게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는 양자가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국인은 한국인의 ‘우리’라는 단어 사용이 오랜 언어습관임을 이해하고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인은 중국인과 이야기할 때는 ‘우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표현을 조금 삼가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대신에 ‘한국’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