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의원 일동을 대표해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발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절연파’ 의원 25명도 별도의 사과문을 내고 머리 숙여 사죄했다. 그러나 이날 모두가 주목한 장동혁 대표의 입에서는 ‘사과’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장 대표는 3일 오전 페이스북에서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계엄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 1057자의 입장문에서 ‘사과’나 ‘사죄’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고, 장 대표는 첫 문장에서 12·3 비상계엄이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규정했다.
당내에서는 “‘계몽령의 선언”(김재섭 의원)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장 대표의 입장문과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는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로 인해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취지가 유사했다. 이재명정권을 향해 “‘레드카드’를 꺼내 달라”는 동일한 문구도 있었다.
계엄 1년이자 취임 100일을 맞은 날이지만 장 대표는 입장문을 끝으로 침묵을 택했다. 당대표의 ‘공백’은 국민의힘 개별 의원들이 앞다퉈 채웠다.
엄태영·이성권·김재섭·김용태 등 초·재선을 중심으로 25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불법적인 비상계엄에 사죄하고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며 △재창당 수준의 당 혁신을 약속하는 내용의 반성문을 냈다. 친윤석열(친윤)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5선 권영세 의원도 페이스북에 “야당의 입법 독재와 폭주가 아무리 심각했다 하더라도, 계엄 선포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여당 중진의원으로서 이를 막지 못한 점에 깊이 반성한다”고 적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령에 동원됐던 군 장병들을 향해 사과했다. 유 의원은 “그날의 잘못은 군인의 사명감과 신념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며 위법한 명령을 내린 당시 군 통수권자와 일부 군 수뇌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더 겸손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송석준 의원), “국민의힘 의원으로서 이 일(계엄)에 대해 어떤 변명도, 단어도 책임을 가릴 수 없음을 말씀드린다”(김대식 의원) 등 자성과 성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개별 반성문에 동참한 국민의힘 의원은 40여명에 이른다.
계엄 당일 국민의힘 대표였던 한동훈 전 대표도 이날 국회를 찾아 사죄했다. 한 전 대표는 “그날 밤 우리 국민의힘의 공식적인 결단과 행동은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한 비상계엄일지라도 앞장서서 막고 단호하게 국민의 편에 서겠다는 것이었음을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며 허리를 깊게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