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장들 욕심 많아”…회장 연임 앞두고 떨고 있는 금융지주사들

금융지주 회장 인사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있는 ‘1호 인선’인 데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장들의 연임을 탐탁지 않게 보는 시각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주주들이 연임절차에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연임가도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시내의 주요 시중은행 ATM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라이프자산운용은 4일 BNK금융지주에 “현재 진행 중인 회장 선임 절차를 중단하라”며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지난 10월부터 BNK금융지주 이사회와 경영진에 회장 후보 추천 절차에 대한 주주 대상 설명회 개최, 임추위 산하에 주주 소통 창구로서의 자문단 설치, 최종 회장 후보자의 경영계획 공개 프레젠테이션(PT) 등 투명성 확보 방안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BNK금융지주 임추위는 오는 8일 최종 회장 후보를 선정할 예정인데, 빈대인 BNK회장의 연임이 시장에선 점쳐져 왔다. 현재 빈 회장과 방성빈 부산은행장, 김성주 BNK캐피탈 대표, 안감찬 전 부산은행장 등이 대부분 BNK 전·현직 임직원이 후보군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이에 라이프자산운용은 BNK금융지주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경영 성과가 부진했던 현 경영진을 연임시키려는 무리한 시도”라는 입장이다. BNK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7%로 국내 7개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 평균인 11.1%를 밑돌고 있고, 지난 9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 비율도 12.59%로 7개 금융지주사 평균인 13%보다 낮은 상황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은 회장 선임절차를 중단하고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투명성과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이사회와 임추위를 전면 재구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라이프자산운용이 보유 중인 BNK금융지주 지분은 3%에 불과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이프자산운용과 공감대를 형성한 지분은 약 10%대로 알려져 BNK로써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문제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사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공공성이 요구되는 조직인데, 이사회가 균형 있게 구성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금융지주 회장들이) 다들 연임 욕구가 많으신 것 같다. 그 욕구가 너무 과도하게 작동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일부 금융지주 회장이 자기 사람으로 참호를 구축한다”며 이사회 구성을 문제 삼았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현재 BNK금융지주 외에도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회장 인선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이날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진옥동 현 대표이사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지난 10월28일 임추위를 구성하고 사내외 인사 15명을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관리하고 있다. 시장에선 진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는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