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가 아야코 록카쿠의 작품에는 큰 눈을 가진 ‘귀여운’(kawaii) 소녀의 캐릭터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생기 넘치고 장난스러운 소녀의 모습은 유년의 감정과 원초적 에너지를 자극한다. 화려한 색감에 동화적인 록카쿠의 회화는 수억원대에 낙찰되며 미술 시장을 흔들었고, 그는 구사마 야요이, 요시토모 나라, 무라카미 다카시의 뒤를 이을 일본 작가로 단숨에 올라섰다.
록카쿠의 작업은 모두 손끝에서 출발한다. 붓이라는 매개를 과감히 생략한 채 손가락으로 긋고, 문지르고, 밀어 올린다. 정식 미술교육을 거치지 않은 작가의 캔버스는 정해진 양식이나 표준 대신, 본능과 즉흥적인 제스처로 가득하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토탈미술관에서 만난 록카쿠의 손과 옷자락에는 채 지워지지 않은 물감 자국들이 선명했다. 5일 개막하는 개인전 ‘혼돈과 함께 숨쉬기(Breathing with the Chaos)’의 준비가 막바지에 이른 시점이었다. 그는 “처음 그림을 그리다 손가락에 우연히 묻은 아크릴 물감을 골판지에 문질렀는데 촉감이 정말 좋았다. 그때부터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물감을 만질수록 생동감과 신선함이 더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