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탐사의 역사/ 윤복원/ 동아시아/ 2만2000원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했다.” 한 해 전에 ‘사람을 달에 착륙시키고 안전하게 지구로 귀환시키는 목표’를 제안한 미국의 젊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1962년 유인 달 탐사계획을 공식 선언했다.
미국은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 주위 궤도에 발사한 것에 큰 충격을 받고 유인 우주비행에선 앞서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소련이 다시 1961년 유리 가가린을 태운 보스토크 1호로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유인 우주비행마저 먼저 성공시키자 유인 달 탐사로 목표를 급히 수정했다. 다행히 우주비행 지원에 적극적이던 니키타 흐루쇼프가 축출되는 등 정치적 격변으로 소련의 우주 탐사가 잠시 중단됐고, 미국은 이 사이 제미니 계획과 아폴로 계획을 맹렬히 진행시키 나갔다. 특히 1965년부터 1966년 사이 1년8개월 동안 무려 10회의 유인 우주비행을 실시하면서 소련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1969년) 7월20일,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달 착륙선으로 이동했고 사령 및 기계선에서 분리된 달 착륙선은 30초 동안 역추진해 달 표면 14.5㎞ 상공에 접근하는 타원 궤도에 진입했다. 달 가까이 접근했을 때 달 착륙선은 다시 756.3초 동안 역추진해 속도를 줄여 달 표면에 착륙했다. 착륙 6시간39분 후에 암스트롱은 달 착륙선에서 내려와 달 표면에 첫발을 디뎠고, 이 장면은 전 세계 6000만명 이상의 사람이 TV 생중계로 지켜봤다. 1960년대 안에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1961년 케네디의 선언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로 달 표면에 2명의 우주인을 보내면서 우주 경쟁에서 소련에 결정적으로 앞서 나갔다. 이후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 보이저 1호의 목성 및 토성 탐사에 이어, 보이저 2호가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연달아 방문하는 그랜드 투어를 성공시키면서 태양계 무인 우주 탐사를 주도했고, 1981년에는 우주왕복선 계획으로 우주 탐험을 선도할 수 있었다. 이미 ‘우주 탐사의 물리학’(2023)으로 우주 탐험에 관한 지식을 대중 눈높이에서 설명한 바 있는 저자는 신간에서 우주 탐사의 역사를 개괄하면서도 주요 국면과 구체적 내용에 대해 과학적인 정보와 지식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1944년 9월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연합군에 패퇴한 나치 독일이 파리를 향해 대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틀 후에는 영국 런던에도 미사일 폭격을 가했다. 이전에는 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무기의 등장이었다. 바로 베르너 폰 브라운이 이끄는 독일 로켓 과학자들이 개발한 V-2 미사일이었다.
21세기 우주 탐험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2020년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CEO)인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팰컨9에 크루 드래건으로 우주인을 ISS로 운송하기 시작하면서 민간 우주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책은 우주 탐사에 대한 역사적 서술을 따라가면서도 주요한 과정과 국면에서 관련 기술의 기본 원리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풍부하게 제공, 이해를 심화해준다. 지구 밖 행성으로 가기 위해선 왜 우주선의 속도가 중요한지, 착륙선뿐만 아니라 궤도선이 왜 필요한지, 천체망원경을 왜 우주에 설치해야 하는지, 우주정거장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만드는지, 우주선 재사용이 왜 상업적으로 중요한지….
요컨대, 책은 현재의 우주 탐사 모습은 물론이고, 인류가 어떻게 우주 탐사를 시작했고, 어떠한 과정과 노력을 거쳐 발전시켜왔는지, 그 모든 역사에 대한 상세하고 친절한 안내서라고 할 것이다.
한국도 지난달 27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민간 주도로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를 성공적으로 발사,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비롯해 여러 탑재 위성을 계획된 고도 600㎞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일에는 다목적 실용위성 7호(아리랑7호)를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하기도 했다.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는 자체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대한민국의 우주 탐사는 앞으로 어디로 향해 나아가야 하고, 어떻게 전개될 것일까.
“누리호로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는 자체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대한민국은 인공위성을 넘어 달, 소행성, 행성 탐사 등 더 높은 수준의 우주 탐사를 기획하고 실현할 차례이다. 이미 이 과정을 밟아간 우주 탐사 선진국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그 바탕에 깔린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