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센-프랑스 전쟁 1870-1871/ 레이철 크라스틸/ 이진모 옮김/ 책과함께/ 4만3000원
비스마르크가 이끄는 프로이센이 나폴레옹 3세 치하 프랑스를 압도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독일 통일을 앞세운 프로이센이 프랑스를 격파하면서 유럽의 세력균형이 바뀌었고, 20세기 세계대전의 구조적 원인이 마련됐다. 외교적 갈등에서 비롯된 전쟁은 단기간에 끝났지만 정치·군사·사회에 남긴 파장은 장기적이었다. 원제가 ‘비스마르크의 전쟁(Bismarck’s War)’인 신간은 이 전쟁의 전모를 긴 세월 축적된 사료와 생생한 증언으로 되살려낸다.
워털루 전쟁 이후부터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유럽에서 벌어진 가장 큰 규모의 무력 충돌은 근대 유럽을 구성하는 국가와 국민, 전쟁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낳았다. 특히 외교와 기만으로 점철된 개전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페인 왕위 계승 문제와 그에 따른 외교 갈등이 어떻게 전쟁으로 전화됐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었던 비스마르크의 정치적 책략이 독자에게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후 벌어지는 세계대전에서 본격화된 ‘동원’(모빌리제이션)과 ‘총력전’(토털 워)이라는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어떻게 민간인을 비롯한 모든 사회 구성원을 전쟁의 일부로 만들어갔는지도 상세히 묘사한다. 저자는 “이 전쟁은 군인에게만 해당한 것이 아니라, 민간인까지 포함된 전 국가적 동원의 시작이었다”고 쓴다. 시민의 삶과 정체성이 총칼과 포탄의 구경 속에 휘말렸던 당시의 광경이 독자 앞에 소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