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예약 꽉 찼어요”… 서울 공공 예식장은 붐벼 [S스토리-지자체 공공예식장 ‘불편한 진실’]

숲·한옥·공원 등 이색 장소 호평
2026년 예식 218건… 3년 새 7.5배
지원비 효과도… 위치 따라 편차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은 안 하려 했어요.”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직장인 A씨에게 결혼식은 엄두조차 나지 않는 일이었다. 예식장 대관료부터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하객 식대까지 모든 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최소 2000만원 정도가 필요했지만 모아둔 돈은 많지 않았다. 예식 준비 기간도 3개월로 촉박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A씨는 예비 신랑과 의논 끝에 결혼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런 결정을 들은 양가 부모가 반대하면서 고민은 다시 깊어졌다. 그러던 중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예식장 제도를 알게 됐다. A씨는 “대관료도 무료인 데다 비품비 100만원도 지원받을 수 있어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월 무사히 결혼식을 올렸다.

남산 한남 웨딩가든. 서울시 제공

지난달 결혼한 B씨도 공공예식장을 선택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자 집을 서둘러 마련하기 위해 결혼식 비용부터 최대한 아꼈다. 그는 “민간 웨딩업체 여러 곳에서 견적을 받아봤지만 가격이 비싸고, 의무로 묶인 스드메 패키지도 만족스럽지 않았다”며 “공공예식장에서는 예산에 맞는 업체를 추천받고 현실적인 조언까지 들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지방과 달리 서울에서는 결혼을 준비 중인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공공예식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에 따라 ‘내 집 마련’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가성비 웨딩’을 찾는 흐름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지역 공공예식장 이용 건수는 2023년 29건, 2024년 106건, 2025년 218건으로 3년 새 7.5배 증가했다. 상담 1958건 중 483건이 실제 예약으로 이어져 예약률은 24.7%였다. 내년 예약 건수도 이미 430건을 넘어서는 등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시도 공공예식장을 2023년 11곳에서 2024년 24곳, 2025년 61곳까지 늘렸다.

북서울꿈의숲. 서울시 제공

다만 교통 여건 등 장소가 가진 한계에 따른 예약률 편차는 작지 않다. 2024년 이후 조성된 서울도시건축전시관(루프톱), 마곡광장 썬큰마당 등은 이용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식은 주로 △북서울꿈의숲 △남산 한남 웨딩가든 △서울한방진흥센터 △서울시립대 자작마루 △성북 예향재 △서울여성플라자 피움서울 등에 집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성북 예향재는 내년까지 일정이 모두 차 있다.

예비부부들이 공공예식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비용’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 강남 3구 예식장의 대관료 중간가격은 750만원, 그 외 지역은 570만원이다. 스드메를 포함한 결혼서비스 전체 비용은 강남권은 3500만원, 강남 외 지역은 26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공예식장은 대관료가 무료이거나 30만∼180만원 수준이다. 시에 따르면 스드메를 포함한 전체 결혼비용도 1000만원 안팎으로 집계됐다.

서울여성플라자 피움서울. 서울시 제공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숲·한옥·공원 등을 중심으로 한 야외 공공예식장이 민간 업체보다 경쟁력이 있어 선호도가 높다”며 “수요 자체도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표준가격제를 통해 전체 예식 비용을 일정 수준으로 통제하고 비품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장점”이라며 “이런 요소들이 공공예식장이 활성화된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