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기술 역량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전진배치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임원 몸집은 줄이되 실행력은 높여 미래 성장 동력확보에 힘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리서치 센터’를 새로 만들어 빅테크(거대기술기업)와의 협력을 강화한다.
SK그룹은 4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사에서 결정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안을 공유·협의했다고 밝혔다. 조직을 효율화하고 임원 조직 ‘강소화’를 통해 작고 강한 조직을 구축한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SK그룹이 지난 10월 현장 리더십 중심의 사장단 인사를 한 데 이어 이날 추가로 발표한 사장단 인사를 보면 김종화(사진) SK에너지 대표이사(사장)가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를 겸직한다. 김 사장은 석유·화학 공급망 통합과 최적화를 수행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번 인사 핵심은 세대교체다. 내년에 새로 선임되는 임원 85명 중 60% 이상(54명)이 40대로 꾸려졌다. 여성 신규 임원 8명 중 6명이 1980년대생이다. 평균 연령은 만 48.8세로 지난해 만 49.4세보다 젊어졌다. 최연소 임원은 안홍범 SK텔레콤 네트워크 AT/DT 담당으로 1983년생이다. 신규 임원 수는 2024년 80명, 올해 75명보다 다소 늘었지만 전체 임원 규모는 1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AI ‘풀스택’(전 영역)을 갖춘 SK그룹 장점을 강화하는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도하는 SK하이닉스는 지역별 AI 리서치 센터를 신설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거점에 만들어지는 리서치 센터는 주요 빅테크와 협력을 확대하고 컴퓨팅 시스템 연구를 담당한다. 독보적인 역량을 갖춘 글로벌 ‘구루(Guru)’급 인재를 영입해 시스템 연구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일 방침이다. ‘글로벌 인프라’ 조직도 새로 만들어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한다.
SK이노베이션은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AX(AI 전환)단을 신설하고, SK에코플랜트는 솔루션 사업(건축)과 에너지 사업(AI 데이터센터 등)을 통합한 AI 솔루션 사업 조직을 출범한다.
SK그룹 관계자는 “현장 실행력 강화, 내실 경영, 차세대 리더 육성을 통해 본원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변화를 가속할 계획”이라며 “이번 인사가 각 사의 미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