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처리에서 오랜만에 합의의 물꼬를 틔웠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연말 국회에서는 ‘강대강’ 대치 전선을 강하게 형성하고 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및 법 왜곡죄를 핵심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 처리를 민주당이 몰아붙이자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고리 삼아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맞받았다.
◆“‘내란’ 1년, 아무도 처벌 안 받아”
민주당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이달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여당의 강경 기조는 관련 재판에서 사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전현희 의원은 4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란이 발발한 지 딱 1년이 됐는데 아직까지 단 한 명도 법원의 판결을 받지 않았다”며 “내란 종식이나 청산이 늦춰지고 지연되는 것에 사법부의 미온한 태도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법부가 스스로 자정하지 않으니 국회라도 나서서 국민의 명령에 부응하겠다는 생각으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외에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 신설 등을 통해 대법원장의 사법부 영향력을 축소하는 내용의 사법개혁법안 처리도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도 날을 세우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윤석열 정치검찰의 조작 기소 책임자 처벌 촉구 규탄대회’에서 “(이 대통령의) 변호사비 대납이 없었다고 (수사가) 무위로 끝나자 (검찰이) 대북 송금을 들고나왔고, 검찰의 연어 술 파티 진술 조작이 있었다”며 “무도한 검찰의 조작 기소가 있었다면 당연히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들도 처벌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그것이 사법정의”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란을 단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조작 기소도 단죄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조작 기소와 함께 법을 무리하게 악용해 정치적 반대편을 죽이려 했던 자들을 낱낱이 고발하고 실체를 드러내도록 끝까지 물러섬 없이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권 내란몰이 종지부”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받는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벌어진 사과 논란과 추 의원 영장 청구가 겹치며 어수선했던 기류를 추스르고, 민주당의 ‘사법개혁’ 드라이브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치 전범 운운하며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 국민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이재명 정권의 내란 몰이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 법안 등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시킨 것에 대해 세미나를 열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해 공포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세미나에서 “내란특별재판부는 사법부 독립이라는 국민이 입혀준 옷을 입고 있는 법원을 해체하고 사실상 정권의 입맛에 맞는 법관을 임명해서 이를 일상화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100% 위헌이라는 게 대다수 헌법학자들의 의견인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의 헌법 파괴 폭주를 국민의힘에서는 끝까지 맞서 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9일 본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법왜곡죄 신설법 등을 상정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법조계 전체에서 반대하고 있고 위헌 논란까지 있는 법안을 민주당이 그대로 통과시키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