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병기 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전체회의에서 국회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2025.12.3/뉴스1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진행 요건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그제 하루 만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재적 의원 5분의 1인(60명) 이상이 국회 본회의장을 지키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필리버스터로 인한 의장단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의장이 무제한 토론할 수 없는 때에는 의장이 지정하는 의원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소수 야당의 입을 틀어막아 입법 폭주로 가는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속셈이다.
필리버스터는 현행법상 국회 내 소수 정당의 마지막 저항 수단이다. 국회법상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시간제한 없이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다. 겉으로만 ‘무제한’일 뿐 실제로는 지금도 다수당이 토론 개시 24시간이 지난 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180명) 찬성으로 종결시킬 수 있다. 의회 마비를 막자는 명목 아래 거대의석을 가진 민주당 등 범여권은 야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직후 곧바로 종결동의안을 제출해 필리버스터를 합법적으로 무력화시킨 일이 빈번했다. ‘회기 쪼개기’를 이용하면 과반 의석(150석)으로도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수 있다.
물론 필리버스터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무제한 토론 과정에서 의원들의 불참이나 자리 이탈로 제도의 취지가 퇴색한 지 오래다. 심지어 야당이 아닌 여당 측이 입법 강행에 활용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악용해 시간을 때우는 일도 있을 정도다. 그렇더라도 제도 도입 취지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역대 최장인 43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끝내기 위해 미 상원의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 의결정족수를 60명에서 단순 과반(51명)으로 낮추는 ‘핵옵션’ 가동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지만 불발됐다. 공화당 의원들이 다수당일 때 필리버스터를 없애면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할 경우 견제 수단이 없어지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처리 못할 법안이 없다. 필리버스터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2012년 의회 독재를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주장하며 국회선진화법 개정으로 40년 만에 부활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듣기 싫다’는 이유로 소수의 정당한 의견 개진까지 막는 건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진배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