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부터 수도권 곳곳에 최대 6㎝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며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현재 서울시 도로 교통통제는 모두 해제됐지만, 다시 도로가 얼 위험이 있어 경찰은 총력 대응에 나섰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13분 서울 은평구를 시작으로 성북구·강북구·노원구·종로구·도봉구, 경기 의정부·포천·남양주 등에 대설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대설 재난문자가 실제로 발송된 것은 처음이다. 기상청은 이달부터 수도권과 대전·세종을 포함한 충남권, 전북 등을 대상으로 대설 재난문자 시범운영을 시작한 바 있다. 대설 재난문자는 ‘1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의 깊이가 5㎝ 이상일 때’ ‘24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의 깊이가 20㎝ 이상이면서 동시에 1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의 깊이가 3㎝일 때’ 발송된다.
퇴근 시간대 내린 갑작스러운 폭설에 수도권 도심 교통은 마비됐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TOPIS)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서울 도시고속도로 19개 구간과 시내 도로 5개 구간이 통제됐다. 온라인상에는 “1시간 넘게 한남대교에 갇혀있다” “경기도 분당에서 저녁 6시 반에 퇴근했는데 밤 9시까지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 갇혀있다” “한밤중 버스 승객들이 터널 중간에서 다 같이 내려서 기어갔다. 너무 춥다” “새벽까지 갇혀있다 그냥 차를 버리고 걸어갔다” 등의 후기가 잇따라 올라왔다. 실제 도로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상에도 차를 버리고 갓길로 걸어가는 운전자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사고가 잇따랐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는 전날 오후 7시49분쯤 승용차 두 대가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져 각각 전봇대와 가게 유리창을 들이받았다. 전날 오후 7시15분쯤에는 금천구 시흥동 호암터널 안에서 6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구로구 온수동과 강북구 수유역 먹자골목, 성북구 삼선동 등에서는 노인들이 넘어졌다는 신고가 연이어 접수돼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 종로구 자하문터널에선 장시간 정체가 이어지며 버스 승객들이 하차해 터널을 걸어 나가기도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서울 전역에 내린 기습 폭설을 보고받고 긴급 대응을 지시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김 총리는 행정안전부에 “서울시 등 관계된 지방정부와 협력해 즉각적으로 도심 주요 간선도로 및 중심지 도로에 대해 제설·제빙 작업을 개시하고, 가능한 경우 차량 통제 및 우회 조치하라”고 주문했다. 한국도로공사와 경찰청에도 “즉시 고속도로 통행에 문제가 없도록 제빙 작업을 하고 우회도로 안내 등을 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출근 시간대 빙판길 등으로 인해 시민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도로교통 상황과 대피 요령, 대체 교통수단, 안전 안내 사항 등을 즉시 알리라고도 지시했다.
전날 오후 8시부로 서울에 대설주의보는 해제됐으나 도로에 쌓인 눈의 영향으로 이날 출근길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밤사이 또 기온이 급락하면서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이날 오전 도로 곳곳이 빙판길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서울을 비롯한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됨에 따라 이날 출퇴근 시간 수도권 전철을 20회 증편한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예상보다 많은 눈이 내려 위험한 도로를 우선적으로 통제하고 각 경찰서장을 중심으로 교통 비상을 발령하는 등 모든 기능을 동원해 총력 대응 중이다. 경찰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이날 출근길 결빙 구간에서 반복 순찰할 계획이다. 서울시 도로 교통통제는 이날 오전 4시53분 분당수서로 성남 방향 청담대교남단→탄천1교 구간 제설작업 완료에 따른 통제 해제를 마지막으로 모두 해제됐다.
강추위는 이날까지 지속되다가 주말부터 차차 풀릴 전망이다. 오는 7일 서울의 한낮 기온은 12도까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