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이 올해 역대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올해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수요 급증과 고단가 선박 인도 시기가 맞물려 수출 증가가 가팔랐던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에도 수출 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5일 발표한 ‘2025년 수출입 평가 및 2026년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수출은 전년보다 3.0% 증가한 70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수입은 0.3% 감소한 6300억달러로 무역수지는 74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7000억달러 수출의 주역은 반도체와 선박이다. 반도체는 ‘장기 호황(슈퍼사이클)’에 본격 진입하면서 올해 역대 최대인 1700억달러 수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용 차세대 반도체 수요 급증과 병목현상에 따른 반도체 단가 급등이 최대 실적을 이끈 것으로 예상됐다.
선박의 경우 2022∼2023년 수주한 LNG 운반선 등 고단가 선박이 차례로 인도되면서 수출이 22%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이 급감했던 자동차(1.6%)는 유럽연합(EU) 등 수출이 다변화되면서 회복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고 11월 대미 수출이 회복세(13.7%)로 돌아섰으며 연말까지 대미 수출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 철강(-9.4%)과 유가 하락으로 수출단가가 급락한 석유제품(-11.7%)은 연말까지 수출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우리 수출이 내년에도 성장할 것으로 봤다.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1.0% 증가한 7110억달러, 수입은 0.5% 증가한 6330억달러로 무역수지는 78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는 정보기술(IT) 업종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고, 자동차와 석유제품, 석유화학, 철강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무선통신기기 등 IT 품목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반도체(5.9%)는 내년에도 AI 추론 수요 확대와 공급 제한으로 견조한 단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SD(10.4%)는 AI 인프라와 스토리지(저장) 수요 증가로 대용량 SSD 전환이 빨라지면서 기업용 SSD 중심으로 수출 증가가 예상했다.
자동차(-1.0%)는 기저효과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로 약세가 예상된다. 석유제품(-13.3%)은 유가 하락에 따라 단가가 급락하면서 두 자릿수로 수출이 감소할 전망이고, 석유화학(-6.1%)과 철강(-2.0%)도 수출 감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미 협상을 계기로 대미 수출 여건이 상당 부분 개선되었지만 내년 글로벌 교역 성장세가 매우 제한적이고, 미국 중간선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개정 가능성 등 복합적인 불확실성이 산재한 만큼 중동·아세안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K콘텐츠 및 소비재를 중심으로 수출 저변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