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통과한 개정세법의 세수 증가 규모가 정부안 대비 약 3000억원 가량(누적법 기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에서 추가 감세 조치가 이뤄진 여파다. 향후 5년이 기준이기 때문에 크지 않은 감세 규모라고 평가될 수 있지만, 세입 확충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감세 조치가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야는 본회의를 확정하면서 부대의견에 “국가채무 등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제도적 방안을 검토한다”는 선언적 수준의 문구만 명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한국을 향해 “재정건전성 강화 계획 없다”고 지적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세수 확충 논의가 실종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25년 개정세법 심의 결과 및 주요 내용’을 보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세법에 따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세수는 누적 37조5104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정부가 지난 9월 제출한 세법개정안의 세수 증가 규모(37조8040억원)보다 2936억원 축소된 것이다. 세목별로 보면 당초 정부안에서는 소득세가 향후 5년간 1조6274억원 줄 것으로 관측됐지만,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세수 감소 규모가 2조7609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에서 세율이 당초 정부안보다 인하하는 등 감세 조치가 시행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고배당기업의 개인주주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3억원 초과 35%로 국회에 제출됐지만 3억원 초과 50억원 이하 25%, 50억원 초과 30%로 조정됐다. 또 법인세도 18조8122억원에서 18조4071억원으로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부가가치세는 9787억원에서 1조4573억원으로 늘 것이라고 예정처는 분석했다.
세수 감소 규모가 3000억원 정도인 만큼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전 정부에서 대규모 감세 조치가 시행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전 정부에서 대규모 감세 조치가 시행된 마당에 정부안보다 세수를 줄이는 방향성이 맞느냐는 것이다.
실제 윤석열정부는 집권 3년 동안 대규모 감세 조치를 시행해 세수 기반을 상당 부분 무너뜨렸다. 세법개정안을 기준 윤석열정부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시행한 세법개정안의 세수 감소 효과(각 연도 이후 향후 5년 기준)는 81조원에 달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윤석열정부가 단 3년간의 감세조치로 100조원의 재정여력을 감소시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세 번째 항목으로 ‘세입기반 확충과 조세제도 합리화’를 반영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세입 확충보다는 감세 논의가 주로 이뤄지면서 세입 확충을 위한 공론화는 뒷전으로 밀렸다. 응능부담(납세자 능력에 맞는 공평과세) 원칙에 따라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환원하려 했지만 여론에 밀려 실패했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역시 효과가 면밀히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특례가 추가로 신설됐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 반대토론에서 “기업의 배당을 결정하는 총수 일가의 직접 지분율은 3.7%하고, 배당금은 보유 지분만큼 가져가는 것이 원칙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기업의 지배주주가 배당을 꺼려온 진짜 이유”라면서 “그래서 그동안 지배주주들은 일감 몰아주기, 쪼개기 상장, 고액 보수 수령 등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세율을 낮춘다고 총수 일가의 적은 지분이 늘어납니까. 아닙니다”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아울러 “우리는 감세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도 되짚어 봐야 한다. 배당소득으로 연 2000만 원을 버는 것은 서민·중산층에게는 꿈같은 일”이라면서 “올해 삼성전자 한 주당 연간 배당금은 약 1400원인데, 배당으로 200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약 14억3000만 원, 1만4286주를 보유해야 한다. 하물며 3억원, 50억원을 배당으로 받는 사람들은 누구겠습니까. 말할 것도 없이 우리 사회 최상위 초고액 자산가들”이라고 밝혔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은 넓히면서도 법인세는 올리는 등 앞뒤가 맞지 않게 세법이 개정된 것도 문제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경영학)는 “법인세는 1%포인트 올렸지만,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되는 건 사실 짝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이전 정부에서 철회됐던 금융투자소득세 재검토 목소리가 나왔지만, 끝내 국회 논의 테이블에는 오르지 못했다. 금투세는 손해가 나도 거래세를 부과했던 부작용을 개선하고 주식·채권·펀드 등 모든 금융투자소득을 대상으로 손익통산·이월공제를 적용해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합리적인 세제로 평가받았지만 윤석열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폐기됐다.
이재명정부가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를 선언한 상황에서 세입 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재정 건전성을 바라보는 여야와 정부의 입장은 상당히 무뎌진 상황이다. 실제 기재부는 올해 9월 초에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주요내용’을 제출하면서 ‘재정준칙’이란 단어를 넣지 않았다. 문재인정부도 재정준칙 도입 의지를 밝히는 등 2020~2024년까지 매년 재정준칙 단어가 포함됐지만, 올해에는 빠졌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여야는 올해 본회의에서 예산안 수정안을 확정하면서 정부에 권고하는 부대의견을 남겼는데, 재정건전성 부문은 “기재부는 국가채무 관리 등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제도적 방안을 검토한다”, “기재부는 국가부채의 장·단기 채무 비율, 국채 이자비용 최소화 등 재정운용 효율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등 추상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
한국의 재정 상황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세입 확충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년 지방선거 등 정치 이벤트와 상관없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실시된 2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소비쿠폰 효과를 거론하면서도 “재정 건전성 강화 계획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