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가 꼭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강성 지지층에만 기댄 행보를 한다며 중도층 확장을 위해 변화를 촉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 대표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를 사실상 거부하고 계엄 정당성을 옹호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궤를 같이한 메시지를 내놓자 변화 없이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필패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원조 친윤(친윤석열)으로 불렸던 국민의힘 3선 중진인 윤한홍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최 '혼용무도(昏庸無道)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 참석해 "계엄을 벗어던지고 그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 옆에는 장 대표도 앉아 있었다.
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소장파인 김용태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장 대표가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명확한 사과를 하지 않은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에 '개딸'(이재명 대통령 강성 지지층)이 있다고 해서 국민의힘에 '윤어게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이나 극우 유튜버들과만 소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당내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상식에 맞는 판단을 하기 위해서라도 당내 많은 의원과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대표를 향한 변화 촉구는 당 지지율이 20%대 중반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중도층 확장 없이는 내년 지방선거가 어려워질 것이란 위기감의 발로로 해석된다.
권영진 의원은 "우리가 변해서 제대로 된 야당의 길을 가면 무당층은 국민의힘에 온다"며 "지금대로 간다면 2018년 (보수정당 지방선거 참패)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1년 만에 치러진 2018년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곳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며 완패했다.
초·재선에 이어 중진들까지 잇따라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 장 대표는 상당한 압박감을 가지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12·3 계엄 1주년을 앞뒀던 지난 1일만 해도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라며 당내의 사과 요구를 일축했지만, 이제 그냥 덮고 넘어가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오는 8일에도 이재명 정부와 각을 세우는 '국민고발회' 형식의 의원총회를 개최하는데, 이 자리에서도 지도부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할 수 있다.
이에 장 대표는 당분간 의원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고 대내외 전략을 가다듬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의원들 사이에선 당장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언급하는 등 현재 리더십에 더 생채기를 내기보다는 일단 시간을 주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장 대표 주변에선 이날 윤 의원이 이재명 정부 6개월을 비판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를 직격한 점은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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