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글로벌 AI 인력 ‘연봉 눈높이’ 못 맞춰줘…16%는 해외로

한국은행 ‘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보고서
국내 임금 프리미엄 6%…주요국은 15∼25% 수준

인공지능(AI) 기술을 보유한 국내 인력이 빠르게 늘며 약 6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낮은 임금 등의 이유로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AI 기술 보유 인력은 2010년 3만명 남짓이었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기준 약 5만70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78만명), 영국(11만명), 프랑스·캐나다(7만명)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참 적지만, 이들 나라에서 AI 인력 증가세가 점차 둔화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14년새 AI 인력 규모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제1회 인공지능(AI) 해킹방어대회 본선 경기가 열리고 있다. 뉴스1

박근용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와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은 글로벌 인력데이터 업체 레벨리오랩스가 링크트인을 기반으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2010∼2024년 한국에서 근무한 약 110만명의 근로자 데이터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링크트인을 사용하지 않는 AI 인력을 고려하면 5만7000여명은 ‘하한치’에 가깝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AI 기술을 보유한 근로자는 그렇지 않은 근로자보다 6% 높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25%), 캐나다(18%), 영국·프랑스·호주(15%) 등 비교 대상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AI 기술별로 보면 패턴 인식(17.9%), 뇌과학(15.8%), 신호 처리(11.8%), 클라우드(11.3%) 등의 기술을 보유한 경우가 이런 ‘임금 프리미엄’이 높았다. 반면 딥러닝, 머신러닝은 임금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자료=한국은행

연구진은 낮은 보상 수준이 국내 AI 인재의 해외 유출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나라의 AI 인력 중 해외에서 근무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약 16%로, 타 근로자에 비해 6%포인트가량 높았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우리나라 AI 인력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2010년부터 매년 증가해 지난해 기준 1만1000여명에 달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미국(6300여명)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AI 인력에 대해 현재보다 더 높은 임금 수준을 제시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0월 국내 전 산업 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AI 인력 확보와 관련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숙련 인재 부족(27.4%)’과 ‘높은 급여 기대(25.3%)’를 꼽았다. 국내 기업 간 인재 유치 경쟁, AI 기술 검증의 어려움, 해외 기업 간 경쟁도 어려움을 주는 요인으로 꼽혔다. 

 

그럼에도 대기업은 향후 AI 인재에게 현 13.3%보다 8.4%포인트 높은(21.7%) 임금 프리미엄을 제시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또한 현재(13.8%)에 비해 4.4%포인트 더 높은 임금 프리미엄(18.2%)을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자료=한국은행

보고서를 작성한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한국은 연공 기반의 임금체계로 인해 신기술 보유자에 대한 처우가 즉각 반영되기 어려운 면, 그리고 실제 미국 등 해외에 우수한 AI 인력이 많은 점 등이 뒤섞여 (국내 임금 프리미엄이) 낮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과적으로 한국이 국제 AI 인재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연구의 한계점으로는 링크트인이 중국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아 해당 지역에 대한 분석이 빠지게 된 점을 꼽았다.  

 

오 팀장은 “향후 정부와 기업의 AI 인재 정책은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고도화와 유출 방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국제적인 수준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와 연구 환경을 조성해 우수 인력이 국내에 유입·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