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신설 FIFA 평화상 첫 수상자가 되며 ‘트럼프용 정치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 센터에서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 무대에서 돌연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상을 수여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직접 트럼프 대통령 목에 메달을 걸어주고,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금색의 트로피를 선물했다.
그는 “FIFA 평화상은 매년 전 세계 수십억명의 축구 팬들을 대표해 탁월한 리더십과 행동을 통해 전 세계 평화와 단합을 증진하는 데 변함없는 헌신을 보여준 특별한 개인에게 수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전 세계의 평화와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보여준 그의 뛰어나고 탁월한 노력과 행동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FIFA 평화상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 인생에서 큰 영예 중 하나”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세계는 지금 더 안전한 곳이 됐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올해 1월 출범 이후 파키스탄-인도 간 충돌 등을 해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싶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왔지만, 올해 노벨평화상은 베네수엘라의 여성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게 돌아갔다.
스포츠 연맹인 FIFA가 평화상을 신설해 1호 수상자로 미국 현직 대통령을 선정한데 대해 헌정용 평화상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축구팬이 지켜보는 본선 조 추첨식을 트럼프 맞춤형 정치쇼로 내줬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과거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부활한 로마 제국을 홍보하는 데 활용한 것과 이번 사례를 비교하며 권력자를 위해 스포츠 행사를 동원한 FIFA의 행태를 비판했다.
가디언은 “모든 경기 전 이탈리아 팀은 로마식 경례를 했고 무솔리니는 공식 월드컵 트로피보다 6배 큰 ‘무솔리니 컵’까지 만들었다”며 “역사는 확실히 반복된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