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추모일 앞둔 트럼프 “日, 침략자에서 좋은 친구로”

1941년 12월7일 日 공습으로 2403명 숨져
“항상 경계하고 적 섬멸할 준비 해야” 당부

“침략자(aggressor)는 우리의 충실한 동맹(loyal ally)이자 믿음직한 친구(trusted friend)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주만 추모일을 이틀 앞두고 내놓은 선언문에서 일본의 변화를 묘사하며 쓴 표현이다. 지금으로부터 84년 전인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이 하와이 진주만의 미군 기지를 공습하며 두 나라 간에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 행사에서 공동 주최국 ‘미국’이 적힌 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진주만을 추모하는 2025년 국가 기념일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포고문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글 서두에서 “1941년 12월 7일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 진주만을 겨냥한 일본제국(Empire of Japan) 군대의 도발적 공격은 군인과 민간인 2403명의 목숨을 앗아감과 동시에 우리나라(미국)를 제2차 세계대전으로 몰아넣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일본의 의도는 미국의 정신을 말살하는 것이었지만, 그 치명적 공격은 되레 미국인들의 시민 의식을 결집시키고 결의를 북돋웠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말대로 미국은 진주만 공습 이후 ‘그날의 치욕을 갚아주겠다’는 각오 아래 정부와 군대, 그리고 국민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이듬해인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 해군의 항공모함 4척을 격침한 것을 시작으로 대반격에 나서 1945년 8월 기어이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냈다.

 

이후 패전국 일본은 오랜 기간 미군의 점령 통치를 받았고, 1951년에는 미·일 상호 방위 조약을 체결하며 미국의 동맹국이 되었다. 트럼프는 “(진주만) 이후 수십년이 지나는 동안 침략자는 우리(미국)의 충실한 동맹이자 믿음직한 친구가 됐다”며 “일본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안보 파트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두 나라 군대는 공동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매일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28일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함께 주일 미 해군 기지를 찾아 환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트럼프는 84년 전 ‘그날’의 교훈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일본의 침략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됐으나 하와이의 미군 지휘부는 별다른 대비책을 세우지 않고 정찰도 게을리 하다가 호되게 당하고 말았다. 트럼프는 미군을 향해 “우리는 항상 경계하고 우리의 자유를 위협하는 적을 섬멸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 미국 국민에게는 “진주만에서 희생된 군인 및 민간인을 항상 기억하고 기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오는 7일 연방정부 모든 기관이 추모의 의미로 조기를 게양할 것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