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금지’에 뇌사 상태서 출산…아기는 6개월째 중환자실

미국 조지아주의 심장박동법이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임신 초기 뇌사 판정을 받은 여성이 가족의 의사와 무관하게 연명 치료를 강제로 유지한 끝에 아이를 출산했고, 태어난 아기는 6개월 동안 중환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CBS 뉴스에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애틀랜타 에머리대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챈스의 어머니 아드리아나 스미스(30)는 지난 2월 극심한 두통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검사 결과 뇌출혈과 다발성 혈전이 확인됐고, 얼마 후 뇌사 판정이 내려졌다.

 

당시 스미스는 임신 9주였다. 그러나 병원 측은 태아가 자랄 수 있도록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시점(약 6주)부터 임신 중단을 거의 전면 금지하는 조지아주의 낙태 제한 법령인 ‘LIFE 법안’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이 때문에 스미스의 가족은 사실상 선택권 없이 연명 치료를 받아들여야 했다.

뇌사 상태에서 출산한 후 사망한 아드리아나 스미스(왼쪽)와 첫째 아들. 고펀드미 캡처

스미스의 어머니 에이프릴 뉴커크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딸의 모습을 매일 보는 것은 고문과도 같았다”며 “결정을 내릴 권리조차 우리가 가질 수 없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임신 초기인 9주 차 뇌사 임부가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이전 사례들은 대부분 임신 후반기에 뇌사 판정을 받은 경우였다.

 

그럼에도 스미스는 약 4개월간 생명 유지 상태로 지냈고, 마침내 지난 6월 응급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출산했다. 챈스라는 이름의 이 남아는 체중이 822g에 불과한 극소 미숙아였다. 스미스는 나흘 후 가족의 동의로 생명유지장치가 제거돼 세상을 떠났다.

 

뉴커크는 최근 기부 플랫폼 ‘고펀드미’를 통해 “챈스는 여전히 체중이 약 11파운드(약 4.9㎏)밖에 되지 않는다”며 “여전히 집중치료실에서 작은 몸으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생후 5~6개월 남아 평균 체중이 7㎏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챈스의 성장 상태는 생후 1~2개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사건이 알려지자 조지아주의 법률 적용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낙태 제한 조치가 뇌사자조차 연명의 수단으로 이용하게 만든다는 지적 때문이다. 죽음의 의료적 조력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컴패션 앤드 초이시즈’ 소속 변호사 제스 페즐리는 “이 임신부는 사실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쓰였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스미스의 사례에 대해 “극도로 엄격한 낙태법이 의료 판단과 가족의 결정을 어떻게 밀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