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유통·식품·패션·뷰티 업계 전반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크레용 신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제품이 눈에 띄고 있다.
식품부터 의류와 뷰티 제품에 이르기까지 협업 범위가 방대하며, 단발성 이벤트나 화제몰이가 아닌 주요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짱구를 선택해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확신의 카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짱구가 성인 고객들의 추억과 캐릭터의 귀여움을 동시에 잡는 가장 강력한 상업 콘텐츠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식품과 편의점 채널이 있다. 삼양식품이 지난해 선보인 ‘흰둥이 짱구’에 이어 올해 9월 출시한 과자 ‘맹구짱구’는 출시 직후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특히 ‘맹구짱구’와 연계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띠부띠부씰 이벤트는 ‘좋아요’ 약 9700개에 댓글 1100여개를 기록하며 팬덤의 강력한 충성도와 즉각적인 소비력을 입증했다.
이보다 앞서 편의점 CU가 2022년 업계 단독으로 선보인 ‘짱구 액션가면 라멘’은 출시 한 달 만에 20만개 이상 판매되는 성과를 냈고, 이랜드 스파오가 작품 속 장면을 그대로 구현해 온라인 전용으로 선보였던 짱구 파자마도 한때 ‘완판’을 기록하며 성공 사례로 남았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소비자는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경험을 산다’는 말이 나온다.
짱구 IP는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뷰티 업계에서도 영향력을 보여줬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ADLV가 짱구 협업 컬렉션을 출시했고, 아모레퍼시픽은 ‘퍼펙트 세럼’ 제품에 짱구 캐릭터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하며 고객층을 확장했다. 단순한 팬층이 아니라 폭넓은 소비자 스펙트럼을 가진 콘텐츠라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다만, 1990년대 ‘포켓몬 빵’ 열풍부터 떠올려본다면 오늘날 유통업계에서 확실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콜라보 상당수가 짱구 등 일본 애니메이션 중심이라는 점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상업적 검증이 끝난 IP에 의존하는 구조가 당연시되면서 특정 문화에 의존한다는 우려를 끌어낼 수 있어서다.
업계는 국내 애니메이션 IP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뽀로로’, ‘헬로카봇’, ‘신비아파트’ 등 경쟁력이 만만찮은 국내 IP가 존재하지만 상대적으로 팬덤 규모가 제한적이고 세대 확장성이 부족해 전 세대 감성 소비와 연결되기 어렵다고 본다. 안정성이 확보된 검증된 IP 선택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 상대적으로 취약한 라이선스 운영 구조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그렇다고 국내 IP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패션·잡화 등 브랜드 협업으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한 카카오프렌즈, 동원F&B의 ‘펭수 참치’로 시장의 커다란 반응을 얻은 ‘펭수’ 등은 글로벌 IP 못지않게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양한 협업으로 소비자 경험을 넓히는 시도가 계속될수록 국내 원천 콘텐츠 생명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짱구는 시장과 소비자를 움직이는 강력한 언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도 “세대 공감대와 지속 가능 콘텐츠의 생명력을 갖춘다면 국내 IP에서도 ‘포스트 짱구’가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