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에 손에 ‘이것’ 들면 호감 상승?…“작지만 긍정 작용”

차가운 공기와 낮은 기온이 몸뿐 아니라 감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와 주목된다.

 

최근 미국 예일대와 영국 웨일즈대 등 여러 연구팀은 ‘신체적 따뜻함’이 사람 간 관계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예일대 심리학과 존 바그 교수팀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따뜻한 커피잔 또는 차가운 커피잔을 쥐게 한 뒤, 동일한 가상의 인물을 평가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따뜻한 커피를 들고 있던 참가자들은 인물을 ‘관대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았다. 반면 차가운 커피를 들었던 사람들은 같은 인물에 대해 더 냉정하고 덜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픽사베이

연구팀은 “자신의 신체가 따뜻함을 느끼면 타인 역시 더 따뜻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향은 단순한 인상 평가를 넘어 실제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는 후속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따뜻한 핫팩을 들고 있을 때 참가자들이 친구를 위한 선물을 고르는 경향이 높아지고, 차가운 팩을 들었을 때는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증가한다고 전했다.

 

영국 웨일즈대 연구에서도 개인의 원래 성향과 무관하게 신체적 온기 자체가 이타성과 친밀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학생 6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따뜻한 손난로, 다른 쪽에는 차가운 팩을 들게 한 뒤 협동심·이기심을 나타내는 카드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실험 결과 따뜻한 팩을 든 그룹이 더 협동적인 선택을 내렸으며, 두 그룹의 손에 든 물건을 바꿔 다시 실험했을 때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됐다.

 

최근에는 이같은 현상이 뇌과학 차원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따뜻한 물체를 들고 있을 때 친밀한 사람의 사진을 보면 복측 줄무늬체, 중부 섬엽, 전전두엽 등 감정·신뢰·사회적 판단을 담당하는 영역의 활동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상에서도 체온이 비교적 높을 때 타인과 더 연결돼 있다고 느낀다는 보고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같은 현상이 ‘체화 인지(embodied cognition)’ 이론에 기반한다고 설명한다. 신체 감각이 사회적 판단을 구성하는 기초 역할을 하며, 과거 진화 과정에서 육체적‧사회적 온기 경험이 연계돼 발달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처음 만나는 자리나 관계 형성이 중요한 상황이라면 따뜻한 음료나 손난로처럼 작은 온기라도 긍정적 작용을 할 수 있다”며 “겨울철 관계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이러한 신체적 단서가 더욱 의미 있게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