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핵잠 건조는 자주국방 향한 큰 걸음

이재명정부의 대규모 국방 연구개발(R&D)을 통한 국방력 강화책이 나온 가운데 자주국방을 향한 또 다른 큰 발걸음이자 대한민국 해군의 30년 숙원이 결실을 보았다. 원자력추진잠수함(핵잠) 획득을 향한 첫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핵물질을 농축하거나 재처리하는 것을 금지한 한·미 원자력협정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잠 건조 승인으로 제약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핵잠 확보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 해군의 현대화에 대응하고 독자적 대북 억제력을 구축하기 위한 접근이다. 북한 해군력은 노후화되어 질적으로 열세란 평가도 있으나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해군은 신형 호위함·구축함 건조에 이어 전술핵 공격 잠수함 및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기술적 난제가 있어 원자로 개발과 운용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으나 러·우 전쟁에 파병까지 한 북한이 러시아 기술을 지원받으면 상황은 변할 수 있다. 한국형 핵잠 확보는 이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독자적 대북 억제력을 갖추기 위한 바람직한 선택이다. 우리 해군이 핵잠을 운용하게 되면 대잠능력과 수상함 감시 능력은 질적으로 크게 확장될 것이다.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둘째, 이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핵잠의 작전 배치는 한·미동맹을 보다 호혜적으로 발전시켜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다. 우리 해군의 핵잠 운용은 한·미 연합방위에서 이바지할 수 있는 영역이 전략무기까지 확대됨을 의미한다. 이는 향후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동맹에서 실질적 주도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아태지역 평화를 위한 군사적 균형에서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 해군력의 강화가 연합전력 운용 차원에서 필요함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해군은 다양한 다국적 연합훈련을 통해 잠수함 작전 및 상호운용성에서 높은 신뢰도를 입증해 왔다.



셋째, 핵잠은 우리 방위산업이 전술무기 위주에서 고부가 가치의 전략무기로 확대되는 시발점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핵잠 건조 프로젝트는 향후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지형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며 이는 동시에 한·미 조선업 협력 확대 체계로 이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핵잠 획득을 계기로 향후 미 군함 건조 및 MRO(정비·수리·전면 개조) 과정에서 한·미 양국의 기술과 산업적 강점을 결합한 공동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넷째, 해군력의 첨단화를 위해서는 원자력 추진 엔진이 필수인데 이는 핵잠뿐만 아니라 차세대 대형 함에도 장착할 수 있어 한국형 핵잠을 조기에 건조하고 전력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핵잠용 소형 원자로 개발에 이어 향후 무인기 항모 및 대형 상륙함 등에 원자로를 이용하게 되면 군의 작전 능력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판단된다.

잠수함 있는 곳이 곧 국가방어의 최전선이다. 수중에서도 최선을 다해 복무하고 있는 해군장병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