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인구 20명 중 1명은 외국인, 한국 귀화·인지자, 이민자 2세 등 본인 또는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이 이주 배경을 가진 사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배경인구 규모는 2023년보다 5.2% 늘었는데, 이는 전체 인구 증가율(0.1%)보다 50배 빠른 속도다. 이주배경인구 10명 중 8명은 생산연령인구(15~64세)에 속했고, 고령인구 비중은 5.5%에 그쳐 일하는 연령대가 줄고 있는 전체 인구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가데이터처는 8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이주배경인구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통계는 지난해 11월1일 기준 한국에 3개월 이상 거주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작성됐다. 데이터처가 다양한 이주배경을 가진 인구를 포괄하는 통계를 개발해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행정안전부 통계와 달리 이번 통계에는 사할린 동포와 같이 본인이나 부모가 국적 판정을 받은 사람, 해방 이후 탈북한 사람 및 이들의 자녀 등까지 포함됐다. 또 외국인 주민 자녀 연령도 만 18세 미만에서 전 연령대로 확대됐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이주배경인구는 271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13만4000명(5.2%) 늘었다. 총인구가 2023년 5177만4521명에서 지난해 5180만5547명으로 0.1% 증가한 것과 비교해 증가 속도가 빠른 셈이다. 유형별로 보면 외국인이 204만3000명(75.2%)으로 가장 많았고, 내국인(이민자 2세) 38만1000명(14.0%), 내국인(귀화·인지) 24만5000명(9.0%), 내국인(기타) 4만6000명(1.7%) 순이었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73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7.9% 늘었다. 외국인(50.3%)과 이민자 2세(44.9%)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본인 또는 부모의 현재 또는 과거 국적별로는 베트남 20만1000명(27.2%)이 가장 많았고, 중국(16.5%)과 이른바 ‘조선족’으로도 불리는 한국계 중국(12.0%)이 뒤를 이었다. 한국계를 포함한 중국과 베트남이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국내 이주배경인구의 56.8%(154만2000명)는 수도권에 거주했는데, 경기가 88만7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47만5000명, 인천 18만명, 충남 17만6000명, 경남 16만5000명 순이었다.
시군구를 기준으로 이주배경인구는 경기 안산시가 11만3000명(4.2%)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 화성시(8만5000명, 3.1%), 경기 시흥시(8만1000명, 3.0%) 순이었다. 총인구 대비 이주배경인구 비율이 10% 이상인 시군구는 총 17개였다. 전남 영암군이 21.1%로 가장 높았고, 충북 음성군 19.9%, 경기 안산시 16.1%로 나타났다.
이주배경인구 증가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문화 혼인이 늘고 있는 데다 일손 부족 현상을 메우기 위해 정부 역시 외국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다문화 혼인은 2만431건으로 전년 대비 17.2%(3003건) 증가해 전체 혼인 중 10.6%를 차지했다.
경북 포항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외국 인력이 없으면 공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와 소통하는 능력도 필수”라고 말했다. 김서영 데이터처 인구총조사과장은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결혼 이민자 등 국내 거주 외국인이 증가하고, 이들이 귀화하거나 결혼을 해 자녀를 낳는 등 가족을 형성한 영향으로 이주배경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고용허가제 확대가 취업 인구 유입 측면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