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로 이원화돼 운영되던 고속철도를 내년 말까지 통합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 3월부터 수서역에서도 KTX 열차를 탈 수 있게 하고, 하반기부터 KTX와 SRT를 혼합 편성·운영해 좌석 공급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8일 이러한 내용의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계획대로 통합이 이뤄지면 코레일과 SR은 2013년 12월 분리된 이후 약 13년 만에, 고속철도는 SRT가 2016년 12월 운행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다시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철도 경쟁 체제가 막을 내리고 독점 구조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고속철도 통합은 좌석난과 안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은 “10년 가까운 경쟁 체제의 편익과 비효율을 비교하면 통합에 따른 효율 증대 효과가 더 크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렸다”며 “고속철도 분리 운영을 정책 실패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 말까지는 하나의 앱으로 KTX·SRT의 결제와 발권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SRT에서 코레일 일반열차(ITX-마음 등)로 환승할 때 요금 할인을 도입하고, KTX와 SRT 간 열차 변경 시 취소 수수료 면제도 추진된다.
코레일은 완전한 통합 편성·운영이 이뤄지면 고속철도 좌석 공급이 하루 총 1만6000석가량 늘어날 것으로 본다. 현재 KTX 20만석, SRT 5만5000석을 합친 25만5000석에서 약 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코레일은 통합 이후 중복 비용을 줄여 KTX 운임을 10% 할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현재 KTX보다 10% 저렴한 요금을 책정한 SRT와 비교해 통합 이후에도 승객의 불이익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말을 목표로 기관 일원화도 추진한다. 우선 통합 기본계획 수립과 조직·인사·재무설계 등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동시에 국토부 내 ‘고속철도 통합추진단’을 설치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 철도안전관리체계 승인, 기업결합 심사 등 법정절차를 이행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SR을 합병하는 방식의 흡수통합에는 선을 그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고속철도 통합은 흡수통합이 아니라 한국의 철도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통합 과정에서 SR 직원의 불이익이 없도록 각별히 챙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국장도 “SR 측은 서비스 등 운영 통합은 적극 협조할 방침이지만 일방적인 흡수통합에는 부정적 입장”이라며 “단순히 코레일, KTX로만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제3의 사명, 브랜드를 사용할지 등을 두고 양 기관 사이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